[가보니, 만나보니]1% 여성이지만 비행기 정비는 ‘100%’

입력 2013-04-16 09:35 수정 2013-04-16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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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정비통제파트 정춘숙 정비사

▲아시아나항공 정춘숙 정비사가 격납고에서 정비 중인 비행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yangdoo@
비행 중 새가 빨려들어가 엔진 손상이 일어난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했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로 불리는 이 같은 사고는 운항 중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 항공정비사의 존재는 이 때 빛난다. 손상된 부분을 상처 두께와 정도 등을 고려한 다음 해당 부위에 밴드(fastener)를 대면 ‘치료 완료’다.

비행기가 다치면 치료해주고, 예방 접종까지 시켜주는 항공계 의료진, 특히 이들 항공정비사 중에서도 보기 드문 ‘여성정비사’인 아시아나항공 정춘숙 정비사<사진>를 만났다. 전체 1257명의 아시아나항공 정비사 중 여성은 단 31명(1.6%)에 불과하다.

2000년 입사한 그녀는 14년 간 한 우물 만 파 온 베테랑급 항공정비사다. 24시간 가동되는 아시아나항공 격납고에서 남성들과 함께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정 정비사는 “수 만개의 비행기 부품 이름을 외우고 있다. 비슷하게 생긴 부품들이 많지만 이것 역시 구분해 내는 게 우리들의 일”이라고 무덤덤하게 말했다. 정비 업무가 이제 몸의 일부처럼 익숙해졌다는 의미다.

정 정비사는 돌발 상황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철저한 점검과정을 거쳐 사고 확률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예비 점검 과정은 항공기 이륙여부를 비롯해 날개 각도는 정상인지, 바퀴 다리는 잘 접히는지, 비상시 슬라이더는 잘 작동되는지 등 수많은 과정을 거친다. 그녀는 “특히 엔진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는 내시경 검사(BSI)를 통해 결함 유형을 철저하게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정춘숙 아시아나항공 정비사가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항공기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yangdoo@
정 정비사가 말하는 항공기 정비는 상상 이상으로 철저한 과정을 거친다. 이착륙 시, 48시간 마다 매번 실시하는 점검 뿐 아니라 A체크(한달), C체크(1년~1년반), D체크(6년 주기) 등 기간 별 점검 기간도 철처히 준수해야 한다.

79대나 되는 아시아나항공의 비행기 점검 일정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일정 계획이 필수다. 특히 이 부분은 정 정비사의 주 특기다. 그녀는 “80여개에 달하는 비행기 점검 일정을 모두 체크하기란 여간 복잡한 일이 아니어서 자칫 잘못하면 아주 중요한 점검을 놓치는 경우가 벌어질 수도 있다”며 “이는 승객 안전과 직결돼 있어 간과해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행기 점검을 적시에 실시하기 위해서는 날씨, 작업시간, 근무자 자격 등 수많은 변수를 면밀히 파악한 현장 정비일정과 작업량을 알려주는 스케줄표가 생명”이라고 설명했다.

월간, 연간 단위로 철저하게 계획을 짜는 것은 물론 정비 이후 감사까지 모든 기종에 대해 각 관리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사들은 비행기 기종마다 크기, 승객 수, 엔진 종류 등이 모두 달라 해당 기종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해야한다. 정 정비사 역시 A320 기종 등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B737, A330 등의 기종에 대한 정비 책임도 지고 있다. “비행기가 안전하게 뜨는 모습을 보면 가장 가슴이 뛴다”는 그는 영락없는 ‘비행기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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