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 대해부]‘일감 몰아주기’ 처벌 등 경제민주화 법안 설계

입력 2013-04-2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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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소위서 첫 합의처리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가장 ‘핫’한 국회 상임위가 있다. 대기업을 전방위로 압박하는 법안을 다루는 정무위원회다. 주로 금융이나 공정거래 관련 사안을 다루는 정무위는 최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종종 연출한다.

정무위가 강도 높은 경제민주화 법안을 한꺼번에 쏟아내자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무리한 법안’이라고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에 정무위는 ‘속도조절’에 돌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여당 내에서도 경제민주화 ‘원안고수’와 ‘수정론’이 맞서고 있고, 야당은 경제민주화 ‘공약 사수’를 주장하고 있어 갈등은 여전히 잠복 중이다.

이투데이는 경제민주화 법안과 관련해 상편에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과 ‘하도급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을, 하편에선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등에 대해 연재할 예정이다. 정무위를 시작으로 16개 상임위를 돌아본다.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7일 정무위 소회의실에서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시동 거는 ‘경제민주화’법안 = 정무위 법안심사소위는 최근 경제민주화 법안으로 꼽혀온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도입과 대기업 총수 및 임원의 개별적 보수 공개 등의 내용을 담은 관련 법안 등 19건을 의결했다.

‘하도급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을 하도급 대금의 부당한 단가인하 등에 확대 적용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에 원사업자와의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의 ‘하도급법’ 등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공통으로 내걸었던 경제민주화법 일부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여야 합의로 ‘경제민주화 법안’이 처리된 첫 사례다. 지금까지 여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적용을 확대하는 데 공감하면서도 손해배상 상한액을 두고 이견을 보여 왔다. 이번에도 당초 ‘최대 10배 배상’까지 거론됐지만 기업들의 부담을 우려해 3배로 낮췄다.

이 법안은 이달 중 정무위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 10월 시행된다. 하지만 입법과정은 생각만큼 수월하지 않은 분위기다. 정무위 내부에서 징벌 배상제 강화가 경영환경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찬반 논쟁이 재점화됐다.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에 부당단가 인하가 들어가고, 고소가 들어올 경우 자신이 무죄라는 것을 피고인에게 증명하도록 하는 것은 고소를 남발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법안 도입을 반대했다.

반면 민주통합당 이상직 의원은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거두지만, 하도급 업체들은 물가상승률만큼의 성장도 못하는 상황에서 지금 이대로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불공정거래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며 처벌 수위를 올릴 것을 주문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이르면 내년부터 대기업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을 공개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서는 5억원 범위 내 상장사 등기임원과 감사의 연봉을 개인별로 공개토록 했다.

5억원 이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액 이상의 연봉을 받는 상장사 등기이사와 감사의 경우 연봉공개 기준은 앞으로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구체화될 방침이다. 국회는 법 개정으로 인한 연봉 공개 대상자를 200여개사, 600여명으로 추산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 회장, 구본무 LG 회장 등의 연봉이 알려지게 된다. 다만 등기이사만을 대상으로 한정하다 보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비등기이사인 재벌 총수는 연봉 공개 대상에서 제외돼 또 다른 시빗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민주당 등은 임원 보수와 경영 성과가 연동되는지 파악할 수 있고, 주주와 투자자들의 합리적 판단 및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환영하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 일각에선 대기업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고 있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또 시세조종 등 주가조작으로 벌어들인 부당이득의 100%가 벌금으로 부과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미공개 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확인돼 법원에서 처벌을 내릴 경우 부당이득이나 손실회피 금액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이 해당 범법자에게 벌금으로 부과된다.

일감 몰아주기’를 강력 규제토록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논란이다.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지원 행위를 입증할 책임을 규제 당국에서 대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계열사 간 내부거래의 ‘부당성(경쟁제한성)’ 및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엄격한 요건을 공정위가 입증해야 했던 기존 법과는 큰 차이를 보여 재계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 고발권을 폐지하고 중소기업청, 감사원, 조달청에도 고발요청권을 부여키로 한 만큼 검찰에 고발되는 관련 사건도 늘어날 전망이다.

◇순환출자·금산분리 등 이견 적잖아 = 기존 순환출자 해소 외에 대기업집단법 등 무산된 경제민주화 공약을 놓고 찬반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계열사들이 서로 꼬리를 물며 출자하는 방식을 말한다.

문제는 이 순환출자로 경영권이 집중되고, 계열사 하나가 부도나면 다른 계열사들도 연쇄적으로 부실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C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A기업의 지분을 A기업이 되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시 신규 순환출자만 막자는 입장을 밝혔다.

금산분리 논란은 찬반이 극명하다. 금산분리는 금융자본(은행·보험 등)과 산업자본(기업)을 떼놓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산업자본의 은행 주식보유를 엄격히 제한해 왔다.

금산분리 강화 법안에는 현행 산업자본이 9%까지 보유할 수 있는 은행지분을 4%로 축소하는 것과 금융·보험회사 계열 제조업체 등에 대한 지분 보유한도를 전체 5%로 축소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여야는 “사회적 파장이 크고 이견이 커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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