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골프채, 아빠 골프채 고쳐 쓴다고?

입력 2013-04-22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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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 개조할 경우 부상 위험 등 부작용… 맞춤클럽 사용해야

경기 김포에 사는 자영업자 이무영(38)씨는 내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자녀에게 골프를 가르칠 계획이다. 그러나 아이들이 사용하는 골프채는 어디서 어떻게 구매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수소문 중이다.

이씨는 “주니어용 골프채는 기성품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스펙 선택도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클럽 선택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씨와 같이 주니어용 골프클럽 구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유재현 씨티골프숍(서울 종로) 대표는 “매년 이맘때(어린이날 전후)면 어린이용 골프채 관련 문의가 많다. 그러나 성장기 아이들에 맞는 스펙(로프트·길이·강도 등) 제공이 어렵고 수요도 많지 않아 대부분의 골프 브랜드는 주니어용 클럽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최근 일부 골프 브랜드에서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주니어전용 골프채를 출시하는 등 주니어골프 시장을 겨냥한 골프용품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주니어 전용 골프클럽을 대신해 성인 및 여성 골프채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준석 피터스랩 피팅센터 대표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꼭 맞는 클럽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맞춤클럽을 제작해야 하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기존에 부모가 사용하던 클럽이나 사용하지 않는 골프채를 조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인·여성 골프채를 개조·조합한 골프채를 초등학생 아이들이 사용할 경우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한경 캘러웨이골프 퍼포먼스센터 차장은 “성인용 골프채는 성인들의 신체와 체력에 맞도록 제작된 제품”이라며 “예를 들어 기성품을 길이만 짧게 해서 사용할 경우 파워가 약한 아이들은 무리한 스윙을 할 수밖에 없다. 스펙이 맞지 않는 골프채로 무리한 스윙을 반복하면 운동능률이 저하되거나 최악의 경우는 심각한 부상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더 위험한 것은 공신력이 없는 피팅숍에 아이들의 골프채를 맡기는 일이다. 골프채 피팅 붐과 함께 피팅숍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제대로 된 자격 요건을 갖추지 않은 피팅숍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보식 MFS골프 이사는 “성장기 아이들은 성인과 달라서 신체적으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며 “아이들의 체형과 실력에 맞는 최적의 클럽을 맞춰주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성장기 아이들은 제대로 된 클럽을 사용하지 않으면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성인용 조합 골프채를 사용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취학아동은 완구형 골프채를 사용한다. 골프에 대한 흥미 유발을 위해서다. 완구형 골프채는 금속 소재의 성인용 골프채와 달리 플라스틱 소재로 장난감에 가깝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대부분 성인용 골프채를 사용할 정도로 신장이 크고 파워가 강하다. 그러나 미취학아동과 중학생 사이의 초등학생들은 사용할 만한 클럽은 없다.

일부 브랜드에서 주니어 전용 클럽을 출시하고 있지만 스펙이 다양하지 않아 사용을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 또 매년 신체적인 변화가 일어날 뿐 아니라 파워도 향상되기 때문에 굳이 비싼 맞춤클럽을 제작할 이유도 느끼지 못한다.

주니어용이라도 맞춤클럽을 제작할 경우 300만원 전후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성인용 맞춤클럽 제작 비용과 같은 수준이다. 바로 이것이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성인 클럽을 개조·조합하는 이유다.

김보식 이사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주니어용 클럽도 다양한 스펙으로 보급되고 있지만,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딴나라 이야기다”라며 “그렇다고 해도 공신력 있는 업체에서 아이들의 몸에 꼭 맞는 클럽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골프를 보다 즐겁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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