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룰’ 시행 속 펀드 계열사 밀어주기 여전

입력 2013-04-2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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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판매비중 제한 규제 실시…46곳 중 13곳 누적판매비중 50% 넘어

금융 계열사의 펀드 판매 밀어주기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계열사 펀드 판매비중 제한조치인 ‘50%룰’이 본격 시행됐지만 여전히 제 식구만 감싸는 모습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으로 펀드 상품을 판매하는 은행, 보험, 증권사 46곳 중 13곳은 계열 운영사 판매 비중이 5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의 펀드판매 실태조사 당시(15개)와 비슷한 수준이다.

개별사 별로는 신한은행의 경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펀드 판매 비중이 69.30%에 달했고 국민은행의 KB자산운용 판매 비중도 56.56%나 됐다. 하나은행의 하나UBS자산운용 판매 비중은 53.01%였다. 4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만 39.69%로 50%를 밑돌았다. 농협은행의 NH-CA자산운용 펀드 판매 비중은 64.33%였고 기업은행의 IBK자산운용 판매 비중은 62.37%를 기록했다.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자산운용 판매 비중이 74.90%에 달해 가장 높았고 삼성증권의 삼성자산운용 판매 비중은 58.32%로 나타났다.

보험사로는 미래에셋생명의 미래에셋자산운용 판매 비중이 90.78%로 높았고 삼성생명의 삼성자산운용 판매 비중은 69.90%였다. 삼성화재의 삼성자산운용 판매 비중이 95.36%로 펀드 판매사 중 가장 높았으나 설정액이 1200억원(펀드 1개)에 불과했다.

계열사 펀드 밀어주기는 이해상충, 불완전 판매, 투자자선택의 폭 제한 등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물론 그 피해는 투자자들의 몫이다. 금융당국은 이같은 폐단을 막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지난해 9월에는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펀드 밀어주기 실태를 강도높게 비판하며 정비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대적인 실태조사가 진행됐지만 판매사들의 노력은 전혀 엿보이지 않았다.

이에 금융당국은 신정부의 경제 민주화에 맞춰 좀더 강력한‘칼 날’을 마련했다. 이날부터‘펀드 50% 룰’을 시행키로 한 것이다. 이 제도는 은행, 증권, 보험사가 계열 자산운용사의 펀드를 팔 때 판매금액을 전체 연간 펀드판매액의 50% 이하로 제한하는 일종의 비율 규제다. 앞으로 2년간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신규유입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50%룰’이 시행된다고 해서 누적 판매비중이 갑자기 낮아지기는 어렵다. 그러나 제도가 장기화되면 판매비중 강도가 점차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제제 조치가 실시되면 수익률이 좋은 상품으로 라인업을 짜야 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밀어주기 강도도 완화될 것”이라며 “판매사들의 노력이 병행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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