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허영섭 전 녹십자 회장의 장남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을 모두 팔았다. 유산상속 문제가 모자간 법정다툼으로 번져 세간의 관심을 받은 허 전 부사장은 지난해 12월에 대법원 판결에서 패배했다. 이에 따라 허 전 부사장의 이번 지분 매각이 유산분쟁이 끝난 후 치러져 이목을 끈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 1월 4일부터 3월 21일까지 녹십자홀딩스 40만4730주(0.86%) 전량을 장내매도했다. 이에 녹십자홀딩스의 주요 주주 목록에서 제외됐다.
앞서 2009년 타계한 허영섭 전 회장이 남긴 유산분쟁은 지난해 12월 말께 대법원 판결로 법정싸움을 마무리지었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허 전 부사장이 자신을 제외한 다른 가족과 복지재단에 재산을 나눠주도록 한 부친의 유언은 무효라며 어머니 정인애씨 등을 상대로 제기한 유언무효 확인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허 전 부사장은 2009년 11월께 “유언장이 작성된 1년 전에는 아버지가 뇌종양 수술을 받아 기억력이 떨어지는 등 정상적인 인지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유언장은 아버지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주도 하에 일방적으로 작성됐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녹십자홀딩스는 대법원 판결이 난 날 허 전 회장의 유언대로 부인 정씨와 차남 허은철 녹십자 부사장에게 각각 55만주씩, 3남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부사장에게 60만5000주를 상속하는 절차를 밟았다. 정인애씨는 녹십자홀딩스 지분 1.17%로, 허은철 부사장은 2.49%로, 허용준 부사장은 2.57%로 늘었다. 허 전 회장의 녹십자주식도 이들 세 명에게만 2만주씩 상속됐다. 그러나 장남은 끝내 단 한 주의 지분도 상속받지 못했다.
또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110만주를 기증받아 총 보유 주식은 471만5710주(9.52%)이다. 나머지 339만1740주는 장학재단 등에 기부됐다.
허 전 부사장은 지난 2007년 녹십자 부사장으로 근무하는 등 경영권 승계가 점쳐졌으나 2008년 3월 퇴사했다. 이후 회사의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
한편 녹십자의 유산분쟁이 마무리돼 상속이 이뤄짐에 따라 녹십자의 경영권 승계가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허영섭 전 회장의 동생인 허일섭 녹십자 회장이 녹십자홀딩스 지분 10.33%로 2대주주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