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계획예방 정비로 원전 6기까지 가동을 못 하는 등 국내 전체 원전의 40%에 달하는 9기의 원전이 멈춘 상태여서 지난해처럼 초여름 더위가 일찍 찾아오면 봄철 전력난이 현실화할 수 있다.
24일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신월성원전 1호기는 23일 오전 제어계통 전자부품 고장으로 발전을 정지했다. 신월성 1호기는 가압경수로형 100만kW급으로 지난해 7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해 8월 정지와 유사한 고장으로 관련 부품을 포함하는 기기를 교체할 것"이라며 "이후 원자로 출력제어계통 건전성이 입증되면 규제 기관의 심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원전의 고장 정지는 신월성 1호기를 포함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지난 14일 고리 4호기가 정비인력이 실수로 놔둔 지름 4cm의 자석으로 인해 발전 정지했고, 영광 2호기도 지난 19일 예방정비 완료 5일 만에 발전을 멈췄다가 최근 재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대기 상태인 월성 1호기를 포함하면 현재 고장으로 2기, 수명 완료로 1기 등 총 3기가 가동을 멈춘 상태다. 전력량으로 따지면 약 268만kW에 달한다. 계획예방 정비에 들어간 원전 5기와 23일 예방정비에 들어간 월성 2호기를 포함하면 총 23기의 원전 중 9기가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력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23일 신월성 1호기의 발전 정지 소식에 전력거래소는 전력수급경보 ‘준비’ 단계를 발령해야 했다. 순간적으로 전력예비율이 450만kW 미만으로 떨어져서다. 지난 겨울 이후 비상경보가 발령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신월성 1호기 발전 정지로 당분간 전력수급이 빠듯하게 됐다"면서 "다만 최근 영광 2호기의 재가동에 힘입어 2~3일 후면 숨통은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당국에 따르면 통상 봄철엔 냉·난방 부하가 적어 전력수급에 여유가 있다. 그래서 여름철 전력피크에 대비하기 위해 원전 등 발전소 계획예방 정비가 봄철에 집중된다.
변수는 날씨와 원전의 돌발적인 발전 정지다. 계획예방 정비로 멈춘 발전소들이 많은 상황에서 양대 변수가 함께 발생하면 봄철 전력수급 비상이 현실화할 수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김준동 에너지자원실장은 "신월성 원전 1호기 정지로 인해 방사능 유출과 같은 또 다른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상태"라며 "전력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