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집중해부-5] 페이퍼컴퍼니는 기업 역외탈세의 온상?

입력 2013-04-2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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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대기업들의 역외탈세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성호 민주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 기업이 케이맨제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피난처 4곳에 있는 금융회사에 주식·채권 등 금융투자 목적으로 송금한 돈은 16억2290만달러(약 1조8152억원)로 집계됐다. 전년 8억1970만달러보다 두 배 넘게 늘었고, 한국의 전체 국외 금융투자 잔액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지역별로는 2011년 말 기준으로 삼성·현대차·롯데 등 국내 30대 대기업의 자회사 14사가 있는 케이맨제도에 대한 투자 잔액이 2010년 4억1710만달러에서 지난해 12억2940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3년간 케이맨제도·버진아일랜드·버뮤다·라부안 4곳을 제외한 다른 조세피난처에 대한 금융투자용 송금은 접수되지 않았다.

그러나 한은의 집계는 30대 그룹 계열사들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역외금융회사를 현지에 차려 송금할 때만 신고한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로 전세계 조세피난처에 투자된 돈은 더욱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7월 영국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가 국제결제은행(BIS)·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은 총 7790억달러(약 888조원)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실제로 국내 대기업들은 44개 조세피난처에 47개에 달하는 해외법인을 두고 있다. 재벌닷컴이 공기업 등을 제외한 자산순위 기준 30대 그룹의 해외법인을 조사해 지난해 7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5개 그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목한 44개 국가 혹은 지역에 해외법인 47개를 보유했다.

이 중 롯데그룹은 178개 해외법인 중 13사를 조세피난처에 설립해 조사대상 중 가장 많았다. 롯데는 국제 핫머니가 몰려있는 버진아일랜드에 9사, 케이맨제도에 3사, 모리셔스에 1사의 비금융 지주회사 해외법인을 갖고 있었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5사로 그 뒤를 이었다. 현대차는 케이맨제도에 투자전문회사 4사와 버진아일랜드에 부동산개발회사 1사를, 현대중공업은 마샬군도·버뮤다·모리셔스·파나마·케이맨제도에 각 1사를 보유했다.

삼성은 케이맨제도에 음원 유통업체 1사, 버뮤다에 보험회사 1사, 파나마에 해운업체 1사 등 3사를 운영했다.

특히 이들이 조세피난처 지역에 세운 47개 법인 중 비금융 지주업이나 자원·부동산 개발 등 투자관련 회사가 30사로 60%가 넘는다. 제조업 관련 회사는 3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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