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화 26년 무분규, 박찬구 회장의 ‘막걸리 경영’ 빛났다

입력 2013-04-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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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소탈한 대화 즐겨…노조원들의 자발적 구명 운동도

정년 연장, 임금 피크제 도입, 26년 무분규 임금단체협약 체결.

금호석유화학 노사 간에 형성돼 있는 두터운 신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금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평소 직원들을 가족처럼 아끼는 박찬구 회장<사진>의 진솔함이 배어난다.

금호석화는 현 만 56세 정년을 만 57세로 연장하고 임금피크제 도입 및 3.0%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고 25일 밝혔다. 추가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정부 시책 ‘60세 정년’에 맞춰 탄력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다.

금호석화는 2001년부터 3개의 사업장별로 노조를 운영해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왔다. 임금과 복지 향상은 물론 지난 26년 동안 특별한 분규없이 무난하게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엔 박 회장이 즐겨하는 직원들과의 소탈한 대화가 큰 몫을 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박 회장은 ‘가족’이자 ‘동지’로 불린다. 박 회장은 1976년 금호석화 구매부 과장으로 입사해 직원들과 한솥 밥을 먹으며 실무 경험을 쌓았다. 당시 나이 28세였던 박 회장은 경영 후계자라기보다 여느 직원들과 다름없이 자신에 주어진 업무를 감당해가는 젊은이였다. 박 회장과 오랜기간 함께 생활해 온 임직원들은 그를 일과 후 막걸리 한잔하며 이야기 나누길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한다.

1984년 금호석화 대표이사 부사장에 오른 후 현재까지 지난 30년 동안 그가 빼놓지 않고 실천해온 것이 바로 ‘현장경영’이다.

박 회장은 울산, 여수에 위치한 본사 및 계열사 공장을 정기적으로 찾아간다. 현장 방문 일정 중 점심과 저녁 식사 자리는 무조건 직원들과 보낸다. 점심식사는 노조 간부들과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류하며 사업장 내 식당에서 해결한다. 보다 자유로운 저녁 시간에는 간부들뿐 만 아니라 직원들과 함께 인근 식당에서 자리를 마련한다. ‘막걸리’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이 때 만큼은 오너가 아닌 ‘아버지’이자 ‘삼촌’으로 직원들을 대한다.

박 회장과 직원들 사이의 끈끈한 정은 지난 2011년 12월에 진가를 발휘했다. 당시 박 회장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위반한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러자 3개 계열사를 포함한 노조원 647명 전원이 자발적으로 박 회장의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노조원들은 탄원서를 통해 “박 회장은 평생을 금호석화를 위해 종사해오며 무엇보다 우리들의 처지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분”이라며 구명을 요청한 바 있다. 이는 노사 간 갈등 일색인 국내 기업환경에서 이례적인 일로 회자되고 있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법원이 사전영장청구를 기각한 데에 노조원들의 진정성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안다”면서 “노조 측의 이러한 결단이 자칫 어용노조로 오해를 받을 수도 있었던 만큼 노사간 엄청난 신뢰가 뒷 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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