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26일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만나 양사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래리 페이지는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지성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부문장(사장) 등 삼성그룹 수뇌부와 오찬을 포함해 2시간 가량 이야기를 나눴다.
회동을 마친 후 래리 페이지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 “앞으로 잘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래리 페이지가) 우리 OLED에 관심이 많았다”고도 했다.
신종균 사장은 “뉴 코퍼레이션(새로운 협력)”이라며 구글과의 새로운 협력관계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실제 래리 페이지는 오전 8시30분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헬기를 타고 OLED·LCD 생산시설을 갖춘 삼성디스플레이 탕정사업장을 방문해 관련 시설을 1시간가량 둘러봤다. 구글글래스와 웨어러블(입는) 컴퓨터 등 혁신 제품개발에 나서고 있는 구글로서는 삼성디스플레와의 OLED 협력도 필요한 상황이다.
양사는 이번 만남에서 스마트폰과 OLED를 포함한 포괄적인 협력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구글의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최신판을 탑재한 ‘갤럭시S4’를 이날 출시한 만큼, 향후 스마트폰 전략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만남은 삼성전자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동맹’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삼성은 지난해 노키아와 애플을 누르고 세계 최대 휴대폰 제조사로 등극했다. 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갤럭시 시리즈의 덕이 컸다. 하지만 구글은 지난해 지난해 모토로라를 전격인수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 직접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최대 협력자였던 삼성전자와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 올인 전략에서 한발 물러서 독자적 OS인 타이젠과 MS 윈도폰8 등으로 플랫폼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번 래리 페이지의 방문은 삼성과의 관계개선을 모색하려는 화해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