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민원개선 노력이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이나 보험료 인상 관련 민원을 중심으로 민원건수가 크게 증가하면서 10곳 중 3곳의 평가등급이 하락했다. 특히 씨티·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등 외국계은행은 등급이 내리며 최하위를 차지했고 증권사의 경우 금융권 가운데 가장 많은 5곳이 낙제점을 받았다.
금감원은 4등급 이하의 금융회사에 민원예방 및 감축계획서를 징구하고 금융사별 전담 민원관리자(CRM)을 지정하는 등 민원평가 등급 하위사를 밀착 감시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신용카드, 생명보험, 손해보험, 금융투자, 저축은행 등 6개 권역 82개사에 대해 지난해 금융회사 민원발생평가를 실시한 결과, 민원건수가 2011년(5만5782건) 보다 18.9% 급증한 6만6348건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평가등급이 개선된 회사(14개사·17.1%)보다 하락한 회사(24개사·29.3%)가 많았다.
은행권(15곳)에서는 농협은행이 2011년에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고 씨티·SC은행도 등급이 떨어지며 낙제점을 받았다. 근저당권 설정비 반환 관련 민원과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민원 등이 많이 발생(16.9%)하면서 6개 은행의 등급이 하락했다.
반면 대구은행은 2011년에 이어 1등급을 유지했다.
증권업계(20곳)는 교보·동부·동양·아이엠투자·키움증권 등 무려 5곳이 최하위 등급에 자리했다. 공시 및 국제회계기준(IFRS) 관련 민원 등이 크게 감소(33.6%)했지만 주식워런트증권(ELW) 등과 관련한 민원이 평가대상에 신규로 포함돼 2개사의 등급은 개선된 반면 9개사는 등급이 떨어졌다.
삼성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이 1등급을 나타냈다.
생명보험업계(19개곳)는 보험금 산정·지급 등과 관련한 민원이 많이 발생(13.3%)했지만 각 사의 민원해결 노력이 크게 강화돼 3곳만 등급이 내리고 8곳의 등급이 개선됐다. 한 단계 등급이 오른 KB생명이 1등급을 차지했고 알리안츠생명, ING생명, PCA생명 등 3곳은 최하위를 기록했다.
손해보험업계(14개곳)는 롯데손보, 에르고다음 다이렉트손보, ACE아메리칸화재, AIG손보(차티스) 등 4곳이 낙제점을 받았다.
이번에 처음 평가를 시작한 저축은행은 영업정지로 업권 전반에 걸쳐 부실화가 진행되면서 2011년과 비교해 민원이 절반 이상 급증했다. 동부저축은행이 1등급을 받은 반면 HK저축은행,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최하위를 차지했다.
정영석 소비자보호총괄국 팀장은 “평가등급 인정서 발급, 민원공시 강화, 우수마크 제정 등을 통해 소비자보호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인터넷으로 민원처리 현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민원처리 실시간 확인제’를 도입하는 한편 금융회사가 해당 민원과 관련해 제출하는 자료를 민원인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