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인터넷 정보권력]해킹·불법복제 등… 초중고 한 반에 6명 ‘사이버 범죄자’

입력 2013-05-0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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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8월 14일.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1학년인 A양(16)과 B양(16)은 카톡으로 또래인 C양을 향해 “돼지 XX”, “씨X X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C양은 “나보고 어쩌라고!”라며 반박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쳐갔다. 더 견디기 어려웠던 C양은 카톡(카카오톡)을 무음으로 설정했다. 이 와중에도 메시지는 쉴 새 없이 쌓였다. “왜 우리 ○○ 까느냐”, “못생겨가지고”, “맞아야 정신 차릴 년” 등의 모욕은 결국 C양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다. 이날 마지막 글을 남긴 채 C양은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 몸을 던져 서늘한 주검이 됐다. C양의 유서에는 “요즘 마음이 괴롭다. 탈출구가 안 보인다. 나도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10대들이 보여준 사이버 범죄의 심각한 실태를 잘 보여준 극단적 사례다. 이처럼 10대의 사이버 범죄가 생활 속 깊숙이 침투했다. 이는 경찰청이 제시한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자료에 따르면 10대가 차지하는 사이버 범죄 연령비율(표 참조)은 20% 내외다. 초·중·고교 한 반(30명)의 6명이 사이버 범죄자다. 전문가들은 최근 급증하고 있는 10대 사이버 범죄는 폭력화, 자극화, 선정화, 극단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또한 10대 사이버 범죄는 종류도 다양해졌다. 해킹, 악성프로그램 배포, 사기(통신·게임), 불법복제(음란물·프로그램), 명예훼손, 개인정보 침해, 사이버 스토킹, 공갈·협박 등 전방위적 범죄 행태를 보이고 있다. 10대의 사이버 범죄 불법복제와 게임, 사기 등이 많았던 과거에 비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해킹과 같이 컴퓨터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에도 10대의 무차별적 사이버 범죄가 나타난다. 지난 3월 28일에는 10대 고등학생이 디도스(DDoS) 공격으로 수십 대의 PC를 마비시켰다. 해킹 프로그램이 설치된 음란 동영상을 유포한 뒤 1000여 대의 좀비PC를 확보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 학생은 좀비PC 한 대당 100원에 판매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6월 7일에도 두 명의 10대 또래친구가 쇼핑몰을 해킹해 5000여명의 회원정보를 빼낸 뒤 강제로 탈퇴시킨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최근 10대 사이에 폐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집단 사이버 스토킹이다. 이에 대해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청소년기에는 친구 동조현상(따라 하기) 또는 또래 현상(같이하기)을 추구한다. 부모보다 친구들과 유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으로 나타난다”며 “어릴 때부터 스마트 기기 사용이 많아졌다. 소통 공간을 만들기 쉬워진 만큼 괴롭히기도 쉬워졌기 때문에 메신저상에서 따돌림이 빈번히 일어난다. 따돌림의 피해자가 겪는 모욕은 참기 힘든 고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명을 앗아갈 정도로 치명적인 고통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적시한 10대 사이버 범죄 사례들의 동기는 일그러진 영웅 심리라는 지적이 많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강석영 상담원은 “청소년기에는 남보다 강해 보이고자 하는 특성이 있다”며 “학교와 학원 등 바쁜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실제 (친분) 관계를 맺을 시간이 없다”며 자기 과시를 인터넷을 통해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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