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희, “내가 원하는 건 오직 나만의 골프스타일”

입력 2013-05-06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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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희(사진=LPGA 홈페이지 캡처)
이일희(25ㆍ볼빅)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총상금 130만달러)에서 공동 3위로 경기를 마쳤다. 마지막까지 선두 경쟁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잘 했다는 평가다. LPGA투어 첫 우승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2008년 겨울, D회원권거래소 회장실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여자선수 9명과 선수 가족이 모였다. K회장이 동계 전지훈련을 앞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만든 자리였다. 선수들의 전지훈련 목적지는 모두 달랐다. 당시 D회원권거래소 계약프로였던 이일희(25·볼빅)는 동료선수 중 유일하게 미국으로의 전지훈련을 계획하고 있었다.

K회장은 구단의 에이스이자 한국여자프로골프의 기대주인 이일희에게 미국 전지훈련 명목으로 특별 보너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이일희는 “이거 한달 레슨밖에 안 되는데요”라고 말해 K회장과 임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 회장실은 한참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당당한 언행과 순수한 마음을 본 K회장은 이일희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떤 자리, 어떤 누구 앞에서도 자기표현이 확실한 그녀, 바로 그것이 이일희 프로다. 챙을 동그랗게 말아 약간 위로 올려 쓴 보이시한 스타일을 고집하는 그녀는 다른 선수들과는 많이 달랐다.

안정보다는 도전, 돈보다는 명예를 추구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베스트스윙’을 지닌 그녀는 누구보다 기본기를 중요시한다. 골프선수로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본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베스트스윙’에는 오래도록 공을 들인 흔적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이일희는 영원한 우승후보이자 영원한 다크호스다. 지금 당장 LPGA투어 우승을 거머쥐어도 전혀 이변이 아닐 정도다.

바로 그것이 그녀를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녀는 올해 미LPGA투어에서 생애 첫 우승을 목표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우승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스폰서와의 인연이 없었다. 지난 2007년 KLPGA투어에 데뷔했지만 마땅한 스폰서가 없었다. 2008년부터 2년 간 D회원권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체결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미LPGA투어가 목표였던 그녀에게 스폰서가 없다는 것은 혹독한 일이었다. 미국에 진출했지만 오히려 출전대회는 줄었다. 미국에서 체류하기에는 경비가 부담스러웠다. 또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경기가 끝나면 그날 저녁 비행기를 타고 귀국해 KLPGA투어에 출전했다.

LPGA투어에 출전할 때면 경비를 줄이기 위해 제일 싼 이코노미클래스 티켓을 구입해 혼자 비행기를 탔고, 대회 조직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호텔 대신 하우징을 했다.

이처럼 혹독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LPGA투어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꿈 때문이다. 아버지 이남표(55)씨에 의해 초등학교 때 골프채를 처음 쥐게 된 이일희는 지금까지 어려웠던 일도 많았지만 골프를 포기할 수 없었다.

미국 무대에서 꿈을 펼쳐 보이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이 혹독한 상황을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꿈과 끼, 열정으로 똘똘 뭉친 그녀가 올 시즌 미LPGA투어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연출할 수 있을지 골프팬들은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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