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철강이 엔저에 직격탄을 맞는 사이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를 포함한 IT산업은 일본보다 한 단계 위로 올라서며 견고한 철옹성을 구축했다. 그렇지만 10여년 전 일본 전자업체들이 그랬던 것처럼 영원한 승자는 없다. 국내 전자업계는 현재의 고지를 수성하면서 아베노믹스에 대항할 향후 전략을 면밀히 점검하고 분석 중이다.
국내 전자업체들은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를 주축으로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며 높은 대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의 경쟁력 뒤에는 철저하게 1등을 분석하고 추격한 끝에 얻어낸 노하우.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차지한 독자적인 1등 공식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 수출주력 품목 대부분은 일본 산업계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자동차와 철강이 대표적이다. 반면, 전자산업은 기초 반도체 기술력에서 한발 앞선 덕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일본이 내세울 수 있는 공격 무기는 환율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력이 유일하다. 우리 기업들은 기본적인 가격경쟁력은 물론 한발 앞선 기술까지 선점하고 있어 일본의 역습에 철저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러한 전자업계의 전투력 뒤에는 D램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기술이 존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기술력도 세계 시장 매출 1, 2위를 바탕으로 독보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2위 애플과의 격차도 크게 벌렸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4780만대에서 올 1분기 3740만대로 1000만대 이상 판매가 급감했다. 애플의 시장 점유율도 22%에서 18%로 떨어졌다. 이제 LG전자가 ‘옵티머스’ 브랜드를 앞세워 애플과의 격차를 좁히는 중이다. LG전자는 이 기간에 스마트폰 1030만대를 판매해 애플에 이어 3위에 올랐다.
LG전자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 5000만대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판매(2630만대)의 두 배 수준이다. 시장 점유율은 5% 안팎으로 애플과는 아직 격차가 있지만 추격 속도가 만만치 않아 기대되고 있다.
4, 5위는 중국 현지에서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이다. 일본 기업은 아예 5위 안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 1위 삼성전자의 파상 공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이미 스마트폰 판매량이 애플의 두 배 가까이 되고 성장 속도는 9배나 빠르다. 일반 피처폰을 포함해도 2위 노키아를 멀찌감치 격차를 두고 독주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와 IT산업의 선방은 국가 수출경쟁력 전체를 견인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은 463억 달러였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불과 0.4% 늘어난 수치여서 사실상 정체 상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과 치열하게 경합하는 선박(-44.8%), 철강(-13.6%), 자동차(-2.4%) 등 주력산업 수출이 추락한 탓이다.
이를 만회한 것이 전자 및 IT산업의 선전이다. LTE 스마트폰의 수출 증가로 무선통신기기는 전년 대비 51.3%의 가파른 성장률을 보였다. 중국, 베트남, 브라질, 인도 등 해외공장의 가동률 확대로 한국에서의 부품 수출이 증가한 덕도 봤다. D램 단가 인상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도 크게 늘었다. LED TV가 이끈 가전분야 반도체도 8.8%대 증가세를 보이며 반격에 불을 붙였다.
반면 엔저 공습에 따른 경계감은 유지하고 있다. 영원한 1인자 노키아의 추락에서 볼 수 있듯, 빠르게 트렌드가 바뀌는 전자·IT 업계에서 영원한 1인자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