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보는 경제이야기]낭패와 교활, 그리고 개성공단 - 이준훈 시인·KDB산업은행 부장

입력 2013-05-0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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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패라는 전설상의 동물이 있다. 낭(狼)은 뒷다리가 없고 패(狽)는 앞다리가 없다. 그래서 이들은 꼭 함께 다녀야 한다. 이들이 함께 하면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한다. 또 이 둘의 성품을 보면, 낭은 성질이 거친 반면 지모(智謀)가 부족하고 반대로 패는 순하면서 꾀가 많다. 그래서 사냥을 할 때 앞장서는 낭은 머리 좋은 패의 지시를 받아 일거에 사냥감을 쓰러뜨린다. 찰떡궁합이 따로 없다.

그런데 서로 마음이 바뀌면 문제가 생긴다. 한쪽이 고집을 피워 붙어있던 몸이 떨어지면 둘 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다. 꼼짝없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이 잠정폐쇄되었다. 말이 ‘잠정’이지 금강산관광처럼 ‘사실상’ 폐쇄가 더 맞을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경제협력의 상징이다. 북한도 “우리가 군사적으로 예민한 지역을 남측의 경제활동지역으로 내어준 것은 개성공업지구가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기초가 되기를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북한은 잠정폐쇄 이유를 자신들의 최고 존엄에 대한 중상모독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체제 차이의 오해에서 기인된 것이다. 북쪽 언론은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홍보한다. 남쪽은 언론은 비판과 견제가 기본이다. 이 ‘비판’의 대상에 북쪽도 포함된다.

이런 남쪽의 언론보도가 처음이 아니었으니 북쪽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이를 이유로 개성공단으로 가는 통행을 금지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두고 북쪽이 신정부에 대한 길들이기로 보는 듯하다. ‘그렇게 볼 수’ 있다는 것이지 ‘그렇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서로 ‘누가 손해인가’ 보자는 식으로 나온다. 서로 비난하고 서로 터무니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마치 이솝우화에 나오는 ‘두루미와 여우의 저녁초대’와 같다.

같은 전설상의 동물로 교활(狡猾)이란 놈도 있다. 교(狡)는 몸이 개와 같고 표범 무늬를 하고 머리에는 쇠뿔을 달고 있다. 활(猾)은 돼지 형상에 몸에 털이 있다. 둘은 맹수를 만나면 몸을 공처럼 만들어 맹수 입속으로 들어간다. 배가 아파 날뛰는 맹수의 내장을 맘껏 뜯어 먹고는 빠져 나온다고 한다. 교활의 사전적 뜻은 ‘간사하다’이나 원래는 ‘지혜롭다’였다.

낭패(狼狽)의 개성공단, 교활(狡猾)하게 풀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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