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가톨릭 한센인 모임 등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 입구 한 치과에서는 조촐한 감사패 전달식이 있었다.
33년간 전국을 돌며 한센인들을 무료로 치료해준 이 병원 강대건(81) 원장에게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전국의 한센인 대표들이 병원을 찾았다.
강 원장이 한센인들을 치료해주기 시작한 건 1979년. 고령과 건강 문제로 진료를 그만두기로 했지만 그 전까지 주말만 되면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센인들을 찾아다녔다.
강 원장이 무료 진료에 나선 건 한센인들의 처참한 실상과 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했기 때문. 강 원장은 “어떤 병원에 한 한센인이 진료를 받으러 갔는데, 병원 쪽에서 돈을 집어주면서 ‘여기는 올 데가 아니다. 병원 문 닫게 하려고 작정했느냐’고 하더라. 그 이후 진료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여태까지 한센인들에게 만들어 준 틀니만 해도 5000여개. 그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헤아리기 어렵다. 진료기록부만 두꺼운 공책으로 10권이 넘는다.
물론 진료비는 받지 않았고 재료비도 자신의 주머니를 털었다. 그러다가 “그렇게 하면 오래하기 힘들다”는 주변의 권유에 재료값만 받았다.
강 원장은 자신의 선행을 일절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 모처로부터 수상 결정이 났을 때도 “앞으로 치료를 안 할 테니 시상을 취소해 달라”며 고사한 적도 있다. 그가 한센인들에게 무료로 진료할 수 있었던 건 가족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지나치다 싶어 반대에 부딪혔지만 나중엔 가족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가톨릭자조회 박명서 회장은 “과거 한센인들은 병원 진료는 엄두도 못 냈다. 시내버스도 못 타고 잠잘 곳도 없어 공동묘지 옆에서 자는 일도 많았다”며 “이만큼 사람 대접을 받고 사는 건 모두 강 원장님 같은 분들 덕분”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날 감사패 전달식에 참석한 가톨릭계 인사들은 그의 겸손함에 또 한번 머리를 숙였다. 강 원장은 이날 “김수환 추기경께서 사랑은 머리에서부터 가슴까지 온다고 말씀하셨는데 가슴으로 하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소중한 깨달음을 얻었다”며 “그동안 봉사에서 얻은 보람과 기쁨이 너무 커서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지만 다시 태어나도 꼭 다시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