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동반성장, 갑을관계부터 바꿔라- 송영록 산업부 기자

입력 2013-05-08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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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나이 먹고도 아들뻘인 대기업 과장한테 욕설을 듣습니다. 그래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자금이랑 기술 지원만이 동반성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났던 한 대기업 협력회사 사장의 푸념이다.

최근 남양유업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욕설과 폭언을 퍼부은 사건이 이슈가 되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직접 공개 사과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해당 영업사원을 사직 처리하는 등 진화에 나섰지만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앞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또 다른 사건도 있다. 지난달 포스코에너지 A 상무는 기내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담당 승무원 B씨의 얼굴을 잡지로 가격했고, 제과업체 프라임베이커리의 회장은 이동 주차를 요구하는 롯데호텔 현관 지배인을 폭행했다.

이 모든 사건은 이른바 ‘갑을관계’로 요약된다.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을’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저마다 동반성장을 외치고 있다. 삼성은 협력사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자금, 기술, 인력 등 맞춤형 종합지원에서 나아가 협력사의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준법경영 부문까지 확대했다. LG는 1차 협력사에 이어 2·3차 협력사 자금 지원을 위한 2000억원 규모의 동반성장펀드 조성에 나서고, 에너지비용 절감을 위한 무료 ‘에너지 컨설팅’도 지원한다. 현대차와 SK 등 다른 대기업도 다양한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갑과 을 사이의 관계 개선이다. 일선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바뀌지 않는 한 진정한 동반성장은 요원하다. 이런 점에서 최근 LG디스플레이가 생산과 품질 등 협력사 접점에서 일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협력사를 대하는 마음가짐과 자세’ 등의 교육을 실시한 것은 좋은 사례다. 다른 곳에서도 갑의 마음가짐을 바꾸기 위한 실질적 노력이 뒤따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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