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영어연설이 화제다.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8일(현지시각)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30여분간 영어로 해 찬사를 받았다.
회색 수트에 진주목걸이를 착용한 박 대통령은 연설 초반에는 말을 더듬거나 오른손을 계속 사용하는 등 다소 긴장된 표정을 보였다. 일부 의원들이 배포된 연설문을 참고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그러나 연설이 진행될수록 박 대통령은 여유를 찾는 듯 발음과 자세가 눈에 띄게 자연스러워지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박 대통령은 어린 시절 청와대에 살면서 미국인 교사에게 영어 과외를 받아 영어에 능숙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3월 “박 대통령이 당선 이후 해외 인사들과 접견하면서 수준 높은 외국어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과 와이트먼 주한 영국 대사, 존스턴 캐나다 총독, 서먼 한미연합사 사령관 등의 만남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자서전 등을 통해 영어 외에도 프랑스어 중국어 스페인어 등 5개 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고 밝혀 왔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유학시절 프랑스어를 익혔고, 중국어는 정치권 입문 전에 교육방송(EBS)을 통해 독학으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영어 실력과는 별개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자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연설을 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도 이어진다.
허영일 민주당 부대변인은 7일 “박근혜 대통령께서 영어를 포함한 5개 나라 언어를 잘 하신다는 것도 국가의 자랑"이라면서도 ”영어 잘하시는 대통령보다 대한민국의 긍지를 갖고 대한민국의 얘기를 대한민국의 언어로 하시는 것이 더 큰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자국 언어로 연설하는 것이 국제 관례”라며 “브라질 전 대통령 룰라의 연설이 왜 감동적이었는지 참고하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미국 의회에서 연설한 우리나라 대통령 중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우리 말로, 이승만 노태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영어를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