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사진>이 12일 오후 영등포 대림동 우리시장의 한 과일가게 안에서 앞치마를 둘렀다. 이내 허 회장은 지나가는 행인들에 시식용 과일을 권유하며 판매를 시작했다.
이날 허 회장과 116명의 전경련 임직원은 전통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기 위해 우리시장 등 서울시내 9개 전통시장에서 일일상인 체험을 했다. 전경련이 단순 격려 차원에서 전통시장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전 임직원이 직접 체험에 나서기는 처음이다.
일일상인 체험에 앞서 허 회장은 실내 포장마차에서 상인 대표들과 간담회를 갖고, 전통시장이 겪고 있는 애로를 청취했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전통시장 상인들이 극심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자 전경련이 앞장서서 경쟁력 제고 방안을 고민할 것을 약속했다. 그는 “전통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설 현대화뿐 만 아니라 특화상품 개발, 다양한 마케팅 방안 등 소프트웨어 측면의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경련은 시장 상인들의 고통을 생생하게 느끼기 위해 판매 실적이 부진한 전통시장을 선정하고, 매장당 한 명의 임직원들을 배치해 종일 근무토록 했다. 임직원들이 체험한 경험담을 수기집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전통시장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경련 임직원들은 일일 상인 체험에 앞서 시장 상인들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고객응대 매뉴얼, 업종별 판매물품 정보, 영업 노하우, 방문시장 특성 등을 숙지했다는 후문이다. 시장경영진흥원 전문가를 초빙해 전통시장의 최근 현황을 듣고, 사내 홈페이지와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각종 사전 정보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경련 임직원들은 겸손·성실 등 시장 상인으로서 지켜야할 근무 10계명을 낭독한 후 상인 체험을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떡, 청과물, 잡화 가게 등에서 온 종일 고객들을 대상으로 흥정을 하며 물건을 팔았다. 손님이 없는 한산한 시간에는 사전에 준비한 청소용 도구로 매장 내·외부 유리창, 바닥 등을 청소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전통시장에 머문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은 “오늘 장사를 하면서 여러 고객, 상인들과 대화를 나눴다”며 “전통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 이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