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엔저 대책, 국제사회를 설득하라-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13-05-13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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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안 주춤했던 엔화 약세가 또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주 엔화는 미 달러화 당 100엔을 돌파했다. 2009년 4월 이후 4년여만에 처음이다.

안타깝게도 엔화 약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 뿐만 아니라 IMF와 같은 국제기구에서도 엔화 약세의 주범인 일본의 양적 완화를 용인하고 있다. 일본이 양적완화를 통해 시장에 쏟아 붓는 엔화가 전례없이 많다는 점도 엔화약세가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하게 한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우리경제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환율과 수출간의 관계가 과거만큼 밀접하지 않아 우리나라 수출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엔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되었던 1990년대 중반과 200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 수출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했다.

그러나 당시 세계경제는 호황이었던 반면 지금은 세계경제 회복이 불투명하다. 이러한 때에 환율마저 불리해지면 수출 부진이 불가피하며, 내수가 허덕이는 상황에서 수출마저 흔들리면 경제성장세 둔화도 심각해질 수 있다.

엔화 약세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피해가기 힘들 것으로 본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 투자자들은 엔화자금을 빌려 해외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거래를 통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엔화 자금이 국내 금융시장에 대거 유입되면 원고·엔저현상이 심화되고 자산가격 버블이 형성될 수 있다. 또한 캐리자금은 단기투자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대량으로 빠져나갈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 자산가격 급락, 급작스런 외화유동성 악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같은 엔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선진국들은 일본의 양적 완화가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과 경쟁하는 국가들에게 1차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지만 일본경제가 회복되어 세계경제가 좋아지면 2차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세계경제의 저성장 시대가 이미 도래하였고 많은 나라들이 내수회복 및 제조업 강화를 위해 수입을 줄이고 있다. 이는 일본의 양적완화에 따른 2차적 혜택이 예상 만큼 크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정부는 이 같은 점을 대외적으로 적극 알려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대내적으로는 국내 기업 및 금융회사들이 엔화 약세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환율 변동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서는 외환시장 개입, 자본유출입에 대한 외환규제, 완화적 통화정책의 적절한 조합을 통해 원고·엔저가 가파르게 진행되지 않도록 속도를 조절하는 환율안정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에 한국은행이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만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대규모 자본유출에 따른 외화유동성 악화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대규모 자본유출은 엔화 약세로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어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악화되거나 일본이 출구전략을 통해 엔화자금을 대거 회수할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을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비용이 좀 들더라도 충분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또한 중앙은행간 통화스왑 상설화, 지역금융안전망 제도화 등을 통해 필요시 제2선 외환보유액이 적시에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수출 의존형 성장구조에서 탈피해 환율변동에 대한 우리경제의 취약성을 완화하고 세계경제의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내수기반 강화,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을 통해 우리경제의 성장구조가 수출위주에서 내수위주로 재편되면 지금처럼 엔화 약세와 같은 대외 충격으로 인해 우리경제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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