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각장애 교사가 생애 첫 ‘스승의 날’을 맞아 화제다. 서울 마포구 성산중학교에 재직 중인 남기현(25·사진) 교사는 시각장애인이다.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그에게 학년과 반, 성명을 섞어 인사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남 교사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망막색소변성증’ 판정을 받고 1급시각장애인이 됐다.
개그맨 이동우가 걸려 많이 알려진 이 병은 처음에는 야맹증, 시야 협착 등으로 시작해 최악의 경우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청소년 시절 갑자기 시력을 잃고 방황하던 남 교사를 지탱해준 것은 그의 선생님이었다.
남 교사는 “그래도 꿈을 잃지 말라고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셨다. 선생님의 그 말씀이 제가 다시 희망을 찾는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결국 그는 두 차례 도전한 끝에 2013년 임용고사에 합격, 첫 발령지인 성산중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남 교사는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학교에 왔을 때 학생들이 눈이 보이지 않는 나를 다르게 보고 어려워하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학생들의 얼굴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인사할 때는 자기가 누군지 밝혀 달라고 당부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지금은 먼저 큰 소리로 이름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을 볼 수 없는 탓에 겪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수업 준비를 위해서 관련 교재나 자료를 일일이 점자로 변환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남 교사는 “시각적 수업이 필요할 때는 판서 대신 파워포인트(PPT)를 이용하고 보조교사가 들어와 학생지도를 도와줘 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학생들도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가는 남 교사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고민을 털어놓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그는 “힘든 일에 부딪혔을 때 좌절하고 실망하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갑자기 장애를 얻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해온 내 모습에서 아이들이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