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중 칼럼]국민은 다 아는데, 대통령만 모르는 문제

입력 2013-05-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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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중 논설실장

박근혜 대통령이 첫 미국 방문길에서 두가지 난제를 안고 귀국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혐의와 이로 불거진 청와대 비서실의 난맥상이 첫번째라면, 통상임금 해결 약속이 두번째다. 둘다 대통령에게서 기인했다는 점에서 대통령 스스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지난 15일 대통령은 인사문제를,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통상임금 문제의 해법을 각각 제시했다. 집권 초기에 불거진 이 두가지 난제를 여하히 해결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국정 운영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

실제로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초기 ‘강부자’ ‘고소영’ 내각이라며 좁은 인사풀에 대한 비판을 받았고,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방에 따른 촛불시위라는 국민적 저항을 받아 집권 중반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 박 대통령의 처지는 이 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 전 대통령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탁월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첫번째 문제는 차라리 쉽다. 미꾸라지 한마리가 온 개울물을 흐리듯 윤 전 대변인의 상식 이하의 행동으로 대한민국의 국격이 훼손되고 국제적 망신살이 뻗쳤지만 의지만 있으면 수습 가능하다. 대통령도 인사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윤창중 사건은 미국 경찰이 수사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면 일단락된다. 그후에 대통령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이에 따른 책임을 묻는 인사 조치를 통해 청와대 조직을 일신하고 위기관리시스템을 정립하면 국민들도 납득할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망가진 이미지 회복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통상임금 문제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허용으로 촉발된 촛불시위 이상의 파괴력이 있다.

우선 대통령의 발언이 성급했다. 대통령은 지난 8일 한·미 최고경영자 라운드테이블에서 댄 애커슨 GM 회장이 한국에 대한 추가 투자 의사를 밝히며 전제조건으로 통상임금 문제를 제시하자 “꼭 풀어나가겠다”고 약속해 버렸다. 세일즈 외교 성격도 강했던 이번 방미에서 GM의 추가 투자를 끌어낸다면 큰 성과 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대통령 스스로 언급했듯 “굉장히 어렵고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라는 점이 간과됐다.

어려운 과제라고 느꼈다면 즉답은 피했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도 청와대 참모진의 역할은 없었다. 윤창중 문제로 수행단 전부가 정신이 없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통역 과정에서 제지하거나 조언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이 발언에 대해 당장 사법부가 반발하고 있다. 재판에 계류 중인 사안인 만큼 사법부 판단에 영향을 미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점 때문이다. 헌법 상의 삼권분립에 반하는 부적절한 언사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최근 분기마다 지급되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이 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최종결론 난다면 기업들이 추가로 지급해야 할 임금은 최대 39조원에 달한다는 게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주장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이 노조가 없어 개별적인 소송에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을 위한 집단소송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통상임금 갈등이 중소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공공부문까지 더해진다면 추가적인 부담은 천문학적인 규모가 될 것이다.

이같은 임금구조가 정착된 데에는 노사 모두의 책임이 있다. 생산성과 상관없이 해마다 임금을 올리려는 노조와 기본급의 증가를 억제해 인건비 추가 부담을 낮추려는 사측의 의도가 절충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사법부도 이같은 관행의 불가피성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통상임금의 기준에 관한 타당한 판례를 정립하는 게 옳다.

이에 대해 조원동 수석은 노사정이 합의한 이후 통상임금의 기준을 법제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노동계가 합의에 응할 지가 의문이다. 대통령과 정부가 인내를 갖고 노동계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 두가지 과제를 관통하는 핵심은 불통이다. 대통령이 변해야 하는 이유다. 대통령은 불통이라는 지적에 대해 여러 사람으로부터 듣는다고 했다. 문제는 열심히 듣되 혼자 결정하기 때문이다. 여러 인사추천 명단을 받아 보면서도 정작 수첩에 있는 명단에서 찾아내 듯이 말이다.

청와대 참모나 여당의 측근들은 국민들의 이같은 우려를 대통령에게 가감없이 전달해야 한다. 국민 모두가 아는 문제를 대통령만 모르는 듯 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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