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에게 5월은 비수기의 끝자락을 지나 성수기 문턱에 들어서는 시점이다. 신록이 우거지는 계절과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는 겹친다. 화사한 계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한다.
계절이 바뀌고 소비자들의 마음 문이 열리기 앞서 자동차 업체들은 만반의 준비를 한다. 무엇보다 최신 소비 흐름을 반영하기 위해 상당한 공을 들인다. 황사가 심한 해에는 화사한 봄옷보다 짙은 색 의류가 더 잘 팔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신차 출시 시점도 그들만의 공식이 있다. 바로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를 노리는 것이다.
5월은 결혼 시즌인데다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여기저기 갈 곳도, 축하할 일도 많아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새 사람’을 만날 때 ‘새차’를 타고 싶은 마음은 ‘욕심’이라기보다 ‘순응(?)’에 가깝지 않을까.
한편으로 자동차 업체들은 가족과 함께하는 힐링 바람에 맞춰 레저용차량(RV)에 주목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5~7인승 RV ‘올 뉴 카렌스’,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맥스크루즈’ ‘뉴 투싼ix’, 승합차 ‘그랜드 스타렉스 캠핑카’, 쌍용자동차의 RV ‘코란도 투리스모’, 르노삼성의 SUV 2014년형 ‘QM5’ 등이 모두 올해 2~4월에 출시됐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GM이 경차 ‘스파크S’를 지난 16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르노삼성은 올 하반기 소형 SUV ‘QM3’ 출시를 앞두고 있다.
수입차에서는 2000만~3000만원대 차종의 돌풍이 거세다. 소비 부진으로 고급 세단의 인기가 한풀 꺾이자, 가격이 저렴하고 쓰임새가 많은 수입차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폭스바겐은 2490만원의 소형 해치백 ‘폴로’를 지난달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폴로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차 가운데 닛산 ‘큐브’의 최저 사양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가격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디젤엔진을 탑재한 소형 해치백 ‘뉴 A클래스’를 올 하반기 출시할 계획이다. 아우디는 3000만원대의 신형 A3 세단을 이르면 연내 선보인다. 볼보는 해치백 ‘V40’를, 포드는 세단인 ‘포드포커스’를 앞세우고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이밖에도 푸조의 소형 해치백 ‘208’ 등 2000만~3000만원대 차량은 수입차 시장의 주력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수입차들의 저가 전략은 최근 막강한 파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수입차 판매 중 2000cc 이하 차량은 1만8757대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53.6%를 차지했다. 현대차(아반떼), 기아차(K3), 르노삼성(SM3) 등 비슷한 등급의 모델로 경쟁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차 업체들은 엔저(엔화 약세) 현상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토요타는 간판 차종인 ‘캠리’와 ‘프리우스’ 가격을 300만원 가량 낮췄다.
푸르름이 하루하루 더해지는 5월. 자동차 업체들의 치열한 격전의 장으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