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도 위 양천아파트 소음·진동 없다더니…

입력 2013-05-2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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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아파트를 통해 본 행복주택 성패는?

▲신정차량기지 내 차량정비창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건설된 '양천아파트' 전경.

지하철 2호선 양천구청역 2번 출구를 나와 왼쪽 신정차량기지 쪽을 바라보고 걷다보면 차량정비창 위로 우뚝 선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바로 국내 유일 철도부지 위에 건설된 신정동 양천아파트다.

1995년 10월 준공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신정차량기지 위에 1만개 이상의 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인공대지를 조성해 지어졌다. 전용 33·39㎡ 총 2998가구로 구성됐으며, 임대기간은 20년 또는 50년이다.

이 아파트는 박근혜 정부가 행복주택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때 아닌 유명세를 타게 됐다. 최근 정부가 행복주택 시범단지로 선정한 7개 부지 중 오류동·공릉·가좌·고잔 등 4개 부지가 기존 철도부지 위에 건설될 예정으로, 양천아파트는 행복주택의 선행모델인 셈이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자가 현장을 방문해 주민 의견을 들어본 결과, 단지별 위치 또는 개인의 성향에 따라 소음·진동을 호소하는 정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주민대표회 관계자는 “대체로는 소음·진동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어디를 가나 만족하는 사람이 있으면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는 것 아니겠나”라면서도 “우리 아파트는 노인들이 50% 이상 거주하는데, 이 분들이 젊은이에 비해 예민하다보니 열차 들어오는 소리에 잠을 설친다는 민원이 종종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특히 차량기지창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는 102·104·107동에 사는 주민들은 다른 동에 비해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107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이곳은 철도기지창이어서 낮에는 열차가 운행할 일이 없지만 열차가 기지로 들어오는 밤에는 소음·진동이 느껴진다”며 “평상시 발코니 창을 닫으면 크게 문제될 정도는 아니지만, 무더운 여름철에는 마냥 창을 닫아둘 수 없어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104동에 사는 한 주민도 “서울메트로 측에 전화를 해 항의를 하면 조금 나아졌다가도, 며칠 지나면 또 다시 울림이 심해지는 걸로 봐서 기관사가 열차 운행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소음 정도가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이같은 문제를 모를 리 없다. 이에 행복주택을 건설할 때 선로 위는 데크를 씌워 공원 및 열린 공간으로 조성하고, 주택은 다른 유휴부지에 주로 건설한다는 방침도 세운 상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행복주택의 설계와 건설에 앞서 양천아파트의 소음·진동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그 원인 및 해결책은 무엇인지 등을 보다 면밀하게 재조사해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언제 어떻게 실시했는지 모를 조사를 바탕으로 ‘별 문제 없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사안의 중요성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행복주택 시범지구 발표현장에서 “철도부지를 활용한 국내 양천아파트의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음 및 진동에 대한 불만은 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확인 결과 국토부가 실시했다는 설문조사는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일부만 추려 조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상당수 주민은 그런 조사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조사 결과를 주민이나 언론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점도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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