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보호법의 도입이 오히려 비정규직의 해고를 증가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비정규근로자의 정규화에 따른 비용은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정책 추진을 좀 더 신중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7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최근 고용 및 노동 관련 현안과 쟁점’ 정책 세미나에서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기업은 기간제근로자를 정리하거나 비전형근로자로 전환하고 있다”며 “비정규직보호법은 도입 취지와는 달리 비정규직해고법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민간기업이 비정규근로자를 정규화하는 대신 해고하는 이유는 비용 부담 때문이다. 대규모 사업체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근로자의 임금은 20%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비정규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총 임금 비용도 상승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박 교수는 “비정규직보호법이 정부 재원 부담 증가, 경제 저성장, 고용의 질 악화, 기간제 고용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정규직과 비정규직근로자의 임금격차를 해소하려면 연 21조7176억원이 소요되며, 각종 부가급여 격차 해소에 추가적인 재원 필요하므로 정부 재원에 부담이 된다는 설명이다.
또 박 교수는 “관찰되지 않는 생산성의 차이를 인위적으로 해소하다 보면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을 지급하게 되고, 이는 자원배분의 왜곡으로 저성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간접고용의 한 형태인 비전형근로자가 증가하면서 비정규직의 일자리 질도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비정규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대신 “비정규직 근로자의 보호를 위해서는 노동조합의 제자리 찾기가 필요하고 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보호를 완화하면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노동시장에 대한 개입자제, 비정규직 근로자의 직업능력향상, 파견근로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 및 ‘노융산업(勞融産業)’의 발전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