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프로배구계에 5억원 시대가 열렸다. 대한항공 소속 한선수는 원소속 구단과의 자유계약선수(FA) 1차 협상 마감일인 10일 5억원의 연봉에 재계약을 마쳤다. 지난 시즌 2억7000만원이던 연봉은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최고 연봉자의 영광은 덤이다. 지난 시즌까지 프로배구 최고 연봉은 김요한(LIG 손해보험)으로 3억500만원이었다.
17명이 FA로 풀린 남자부에서 원소속 팀과 재계약한 선수는 11명이다. 삼상화재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박철우와 3억3000만원에 재계약했고 현대캐피탈은 권영민과 2억5000만원에 계약한 것을 비롯해 최태웅, 이선규, 윤봉우 등과도 2억2000만원에 계약했다.
타 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2차 협상 기한(11~20일)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온 6명 중 새로운 소속팀을 찾은 선수는 2명이다. 드림식스 이강주가 삼성화재와 2억8000만원, 삼성화재 여오현은 현대캐피탈과 2억9000만원에 각각 계약했다. 삼성화재는 ‘월드 리베로’ 여오현을 내보냈지만 ‘젊은 피’ 이강주를 수혈해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상무 입대 이전 삼성화재 소속이던 이강주로서는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현대캐피탈은 여오현의 가세로 수비진의 안정을 꾀했다.
나머지 4명은 원소속팀과의 1차 계약기간 시한을 넘겼고 타 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2차 협상 기한도 넘겼다. 월말까지 원소속팀과의 3차 계약 기간만을 남긴 상황에서 이 기한에도 계약에 실패하면 한 시즌을 쉬어야 한다. 후인정(현대캐피탈)은 사실상 은퇴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고희진(삼성화재), 김요한, 진상헌(대한항공) 등 3명만이 남은 상태다. 지난 시즌까지 최고 연봉자였던 김요한은 연봉 삭감이 유력해 보인다. 원소속팀과의 3차 계약 기간에도 행선지를 찾지 못하면 꼼짝 없이 다가오는 시즌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즌 만에 최고 연봉자에서 미계약 선수로 전락한 김요한이다.
여자부도 남자부 못지않은 대형 계약이 나왔다. FA 자격을 얻은 현대건설 양효진은 2억5000만원에 현 소속팀과 재계약해 새로운 여자부 연봉 퀸에 올랐다. 현대건설은 또 다른 FA 황연주(1억5000만원), 강민정(6000만원)과도 계약을 마쳐 전력 누수를 최소화했다.
한편 지난 시즌까지 1억9000만원으로 최고 연봉자의 자존심을 지켰던 김사니(흥국생명)는 외국 진출에 성공했다. 국내 프로 리그에서 외국으로 직접 진출한 최초 사례다. 김사니는 지난 14일 아제르바이잔 리그 로코모티브 바쿠로 이적했고 계약 기간 1년에 옵션 1년이다. 김사니의 이적을 추진한 인스포코리아 윤기영 대표는 “조건은 국내에서 받았던 1억9000만원보다 많으며 전담 통역, 주택, 항공권 등을 별도로 지급받는다”고 밝혔다.
프로배구는 올 시즌 FA 시장을 통해 남녀부 모두 최고 연봉 기록이 깨졌고 국내 리그에서 외국으로 직접 진출하는 사례까지 생겼다. 여기에 21일에는 케이블채널 KBS N과 향후 3년간 100억원에 중계권 계약까지 마무리했다. 농구에 밀려 제2의 겨울 실내스포츠 취급을 받았던 배구가 실질적 넘버 1으로 거듭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