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10년]한류 속 민족주의 분리 시급… ‘문화적 우월감’ 벗어야

입력 2013-05-3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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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 따른 정치 우경화 심각… 정부 앞장서 해외시장 정보 제공

지난 9일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한국 뮤지컬 ‘카페인’ 관람을 기념해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일본 우익단체의 비난이 몰아쳤다. 그러자 아키에 여사는 다음날인 10일 “모든 사람, 국가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는 글로 해명에 나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일본에 형성된 한류에 대한 거부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류에 대한 적대감이 일본에 일어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업계는 최근 일본 경제의 추락으로 정치적 우경화가 강화됐고 이 흐름이 반한류의 원인이 됐다고 추정했다.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침체기가 길었던 일본경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해온 우리나라에 대한 시기심이 근본에 깔려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면서 불거진 독도문제와 겹쳐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경제 불황이 우익 세력의 통합을 불러왔고 거기에 독도 문제까지 겹쳐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진전됐다는 해석이다.

지난 2005년 김태희는 독도 수호천사로 위촉돼 스위스 등에서 독도 사랑 캠페인을 벌였다. 일본내 우익집단 ‘네트우익(ネット右翼)’은 이를 집중적으로 부각하며 문제 삼았다. 급기야 2012년 2월 일본 로토제약이 기초화장품 ‘유키고코치’의 CF 발표회가 취소되는 등 해프닝을 일으켰다. 이른바 ‘김태희 입국 반대 시위’ 사건은 반한류 감정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손꼽힌다.

▲지난 2011년 8월 시위대 600여명이 도쿄 오다이바의 후지TV 본사 앞에 모여 방송 프로그램이 한류로 편중됐다며 항의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전문가들은 한류라는 단어가 민족주의란 의미를 포함하기 때문에 문화적 자존심이 강한 일본인을 자극한다고 봤다. 지난 수년간 한국 배우, 가수 등은 드라마, 영화, 뮤지컬, 가요 분야 등 전방위적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한류 공세가 자존심 강한 일본인들의 문화적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에 상처를 줬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류가 일본인들의 심리적 위축감과 상실감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하대 일본학과 이계황 교수는 “한류라는 단어 속에 포함된 민족주의 감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가 먼저 문화를 정치적으로 보는 시각을 벗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한류 기저에 깔린 자국 우월주의 사상에 대해 꼬집는 해석이다. 이 교수는 우리가 자부심을 느끼는 만큼 일본인들이 느끼는 질투나 시기심이 상당할 것이라 예상했다.

최근 일본 대형 뮤지컬 기획사와 업무 협약을 위해 미팅을 가졌다는 한 뮤지컬제작사 대표는 “일본 진출을 위해 수차례 다녀왔다”며 “일부 한국 문화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느낀 것이 사실”이라고 현지 상황에 대해 알려줬다.

이 같은 어려움을 털어놓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많아지자 정부에서도 지원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 대중문화산업과에서는 해외에서의 반한류 움직임과 같은 시장 상황에 대한 분위기를 국내 문화산업 종사자들에게 시시각각 모니터링 한다. 이제 막 일본을 진출하려는 문화 산업 종사자에겐 좋은 시장정보가 될 것이라는 것이 문화부의 설명이다.

문화부 대중문화산업과 하현진 사무관은 “정부 차원에서 반한류 감정을 적극적으로 해소한다는 개념보다 시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도 큰 의미”이라고 원칙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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