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수경의 세계로]한국과 일본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입력 2013-05-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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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꺼내든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시간제 일자리제는 하루 8시간 근무하는 정규직 같은 일반적인 고용 형태만으로는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 근로자들에게도 4대보험을 적용해주는 등 근무여건 등에서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 반듯한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의 노동 환경 속에선 새로운 형태의 비정규직만 양산할 뿐이라는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우리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공방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일본에서는 ‘한정 정사원’제도 도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한정 정사원은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 중 하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중간 개념으로 특정 업무나 일부 지역에만 채용되는 정규직 직원을 뜻한다.

한정 정사원은 정규직처럼 전근이나 야근 등 과도한 업무 부담이 없고, 계약직이나 시간제와 달리 고용 기간에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한정 정사원은 일보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젊은층,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들에게 폭넓은 직업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한정 정사원제 도입이 순탄치만은 않다는 것이다. 우선 해고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기업들은 고용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정 정사원에게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고용보장을 하기 힘들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본은 정규직 해고가 쉽지 않아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했다가 자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 실적이 악화했을 때 한정 정규직이 인건비 절감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정 정사원제 도입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만만치 않다. 정규직이라는 명분으로 근로자는 안도감을 갖고, 기업은 체면을 유지하고, 정부는 사회보험료를 당당하게 징수할 수 있다. 언뜻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지만 사실 근로자에겐 실속이 없다. 나중에 정규직과 동일한 일을 하는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해 필요할 때만 쓰다가 버려지는 소모품 신세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도 같은 맥락에서 근로자에게 실속이 있는지에 주목했으면 한다. 여성과 고령층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는 좋다. 그러나 과도한 목표치를 맞추느라 근로의 질을 간과하다간 비정규직 일자리만 양산할 수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면 25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한다. 앞으로 5년간 매년 47만~48만개의 일자리가 생겨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근로의 질까지 높이려면 공공부문은 물론 민간부문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민간부문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이해 당사자들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이후 세제 혜택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구체적인 카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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