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반정부시위가 67개 도시로 확산하면서 수백명이 부상하고 1700여명이 연행됐다고 CNN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탄불의 상업중심지이자 정치 1번지인 탁심광장(Taksim Square)에는 이날 약 1500명의 시위대가 집결해 6일째 시위를 이어갔다고 CNN은 전했다.
이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깃발을 흔들었다.
수도 앙카라에서는 경찰이 총리 집무실 진입을 시도한 약 1000명의 시위대에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쏘며 진압했다. 전일 터키 전역 48개 도시에서 일어난 시위는 하루 만에 67개 도시로 확산됐다.
무암메르 귈레르 터키 내무부 장관은 “2일 현재까지 1700여명을 연행했다”면서 “상당수는 신원을 파악한 뒤 귀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시위가 처음 발생한 이후 모두 235회의 시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위대를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사상자도 속출했다. 정부 관리들은 민간인 53명과 경찰 26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의 과도한 진압으로 부상자만 수백 명이고 2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시위자 1명은 경찰이 발포한 플라스틱 총탄에 맞아 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시위는 시민단체 ‘탁심연대’가 지난달 28일 이스탄불 도심 탁심광장의 게지공원 재개발 공사를 저지하려 공원을 점령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묘목심기와 콘서트 등을 진행하면서 평화롭게 집회를 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경찰이 이들을 과잉진압하면서 분노한 시민이 가세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에르도안 총리가 1일 성명을 통해 시위대를 비판하면서 공사 강행의사를 밝히자 시위가 더욱 격화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번 시위로 에르도안 총리가 집권 10년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면서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막는 정부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소매점에서 주류를 팔 수 없도록 하는 등 최근 주류 판매와 관련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이번 시위의 한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같은 규제 법안이 에르도안 정권의 보수화·독재화하는 증거라며 터키 국민의 불만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시위가 '터키판 아랍의 봄' 사태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사태가 격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 등 주요국은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자유의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 국무부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표현과 집회·결사 등 근본적인 자유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 역시 터키 사태에 평화적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촉구했다.
파비우스 장관은 다만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당선된 정부의 문제”라면서 “터키 시위사태를 2011년 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 혁명과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