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독일을 가다]글로벌 위기에도 끄떡없는 ‘강소기업의 힘’

입력 2013-06-03 10:16 수정 2013-06-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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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벤처의 나라’ 이스라엘… ‘히든챔피언의 교과서’ 독일

# 박근혜 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았다. 이 기간 정부는 ‘창조경제를 통한 국민행복과 새 시대 실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향후 5년의 국정운영을 위한 나침반을 준비했다.

새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 행보는 벤처업계는 물론, 중소·중견업계에게 하나의 파격적인 전기를 마련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신을 ‘중소기업 대통령’이라고 하면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중견·벤처기업의 육성에 적극적인 의사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성장을 위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이스라엘과 독일을 꼽았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정책들은 이스라엘과 독일의 지원 시스템을 대폭 적용했다. 이는 두 나라의 성공 사례를 국내 기업 환경에 적용해 창업에서부터 중견기업으로까지의 원활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이에 이투데이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공동으로 ‘이스라엘에서 독일까지 4000km… 한국, 기회를 발견하라’를 주제로 기획기사를 연재한다. 기업 육성의 롤 모델인 이스라엘과 독일의 기업 육성 시스템을 현지에서 조명하고, 한층 더 나아간 한국형 성장모델의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이스라엘과 독일은 전 세계 중소·중견기업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창업·벤처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은 단단히 뿌리내린 중견기업(히든챔피언)로 인해 주변 유럽국가들이 재정위기로 휘청거릴 때도 건재함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 같은 명성이 우리가 이스라엘과 독일을 보며 추구해야 하는 최종 목표일까.

▲(사진 왼쪽부터)이스라엘 북쪽 테펜(Tefen)의 산업공원(Industry Park)에 위치한 글로벌 절삭공구업체 ‘이스카’, 독일 서부의 렘샤이트(Remscheid)에 위치한 ‘와이지원’의 생산법인인 ‘슈마허 프리시전’

◇이스라엘, 제약을 극복하고 나스닥 상장 세계 1위로 = 이스라엘은 인구 770만명, 국토 면적 2만㎢의 국가다. 한국과 비교했을 때 인구는 7분의 1, 면적은 4분의 1 수준인 작은 나라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이 있듯이 이스라엘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은 세계 강대국들과 어깨를 견줄 만큼 성장해 있다. 특히 창업·벤처에 대한 기업가 정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19억 달러에 달하는 벤처 투자금 유치, 500여개의 창업 초기 기업(스타트업), 27개의 기술 인큐베이터, 51개의 액셀러레이터가 운영되고 있는 경제 환경을 보더라도 탄탄한 입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인구 1인당 창업·벤처 수 세계 1위, 나스닥 상장기업 수 세계 1위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만의 ‘창업·벤처 생태계’가 치열한 글로벌 환경의 경쟁 속에서 확실하게 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스라엘이 지금의 창업·벤처환경을 완성할 수 있었던 ‘차별된 요소’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이스라엘 벤처인들은 끊임없이 창업을 시도하고 또 망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은 기질을 갖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도전을 독려하고 실패를 인정해주는 교육·사회환경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을 기를 수 있었다.

또한 이스라엘 벤처인들은 주식시장에 기업을 상장하고 자본력이 있는 해외 대기업과 손을 잡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이는 적대국에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리스크와 대기업 산업구조가 형성돼 있지 않은 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는 하나의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자국이 처한 환경을 면밀하게 분석, 단점을 보완하면서 시스템을 구축해 갔고 그 결과는 이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위로는 생산의 중국, 아래로는 기술의 일본을 두고 전 세계 시장에서 고분분투하는 한국 기업에게 이스라엘은 하나의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 중기육성의 교과서… 막강한 투자와 세제 지원 = 독일의 중견기업을 지칭하는 ‘히든챔피언’은 세계 모든 국가의 기업육성 교과서다. 독일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주변국들에 비해 수월하게 버틸 수 있었던 배경 한가운데는 히든챔피언이 자리하고 있다.

독일 히든챔피언의 성장 원동력에는 중견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연구개발(R&D) 투자 △정부의 지원이라는 ‘3박자’가 있다. 한국 정부가 독일의 중견기업 문화를 흡수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내 취업준비생들은 중견기업에 입사하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는 것과 기술을 배워 중소·중견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다르게 여기지 않는 사화적 분위기다. 이는 기업의 고용창출로 이어져 독일의 실업률 해소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중견기업 스스로 R&D에 적극적인 것도 독일 히든챔피언의 장점이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매출액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다. 반면, 국내 중견기업의 경우 R&D 투자 비중이 2%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다수의 히든챔피언들이 ‘가족기업’ 형태를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다. 최근 들어 중견기업의 경쟁력을 위해 원활한 가업승계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에게 이 같은 독일의 모델은 하나의 참고점이다. 특히 가업승계의 경우 ‘100년 기업 육성’을 위해 정착돼야 할 중요한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에 국내 기업인들은 독일의 상속 개혁법을 예로 들면서 가업상속공제 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가족기업 문화가 정착된 독일의 경우 가업상속 공제율을 지난 2009년부터 85~100%로 확대했다.

또 히든챔피언의 연 평균 매출액은 국내 중견기업의 두 배인 4000억원대 중·후반에 달해 규모 면에서도 압도하고 있다.

한국 중견·중소기업들이 ‘코리아 히든챔피언’이 되겠다고 외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회의 우호적 인식을 바탕으로 막대한 R&D 투자를 통해 대규모 매출을 만들어 내는 독일 히든챔피언의 DNA를 한국식으로 소화하는 혜안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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