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머리 외국인]역외펀드 매니저의 항변 “해외 투자자 유치·합법적 절세 효과 등 순기능도 많아”

입력 2013-06-0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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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세력 때문에 부정적 인식 퍼져… 운용사들 역외펀드 강화 나설 듯

▲90년대 후반 국내 증권사에서 역외펀드를 운용했던 A씨는 최근 역외펀드의 역기능만 강조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절세와 운용상 자유로움 등 국내외 VIP고객들을 유인할수 있는 매력도 있는데 단점만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선 역외펀드의 역기능만 강조돼서 안타깝다. 해외투자자 유치와 운용상 제약이 자유로운 점 등 역외펀드의 순기능이 훨씬 많다.”

버뮤다, 룩셈부르크, 홍콩, 싱가포르, 바하마, 케이먼군도 등 이른바 조세회피 지역에 설정된 역외펀드들이 핫 이슈로 떠오르면서 1990년대 후반 역외펀드 1세대로 활약한 A씨는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A씨는 B증권사 국제부에 근무하면서 케이만 군도에 역외펀드를 설립하고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일을 담당했다.

그는 “90년대 후반 역외펀드를 조세회피 지역에 설립해 다시 한국 증시로 투자할 경우 레버리지 효과가 크기 때문에 대다수 증권사들이 많이 사용한 기법”이라고 전했다.

통상 역외펀드는 투자 대상국이 아닌 제3국에서 조성된 투자용 기금으로 대개 본국의 세제 등 각종 규제를 피해 세율이 낮은 외국(조세피난지)에 등기상 본거지를 두고 운용한다.

그러나 90년대는 국내 증권사가 외국에서 펀드를 설정해 국내에 다시 우회 투자하는 역외펀드(Offshore Fund)가 봇물이었다. 당시만 해도 92년 증시 개방 이후 증권사들이 국제 약정고를 올리기 위해 역외펀드를 설립하기 시작했다.

증권사들이 설립한 역외펀드는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되지만 실제 자금은 국내 증권사가 조달한 자금이다.

하지만 최근 역외펀드가 대기업들과 일부 코스닥 기업들의‘검은돈 창구’ 로 도마에 오르면서 역기능만 지나치게 강조된 모습이다.

A씨는 “실제 통용되는 역외펀드 투자의 대상은 환율, 금리, 주식 등이 주류를 이루며 이에 대한 선물, 옵션 등 다양한 파생상품들”이라며 “역외펀드는 투자가가 속한 국가의 조세제도 또한 운용상의 제약을 피할 수 있고, 조세 금융 행정 면에서 여러 가지 이점을 누리려는 목적에서 이용된다”고 설명했다.

◇ 과거 검은돈 창구…작전·탈세의 근거지 사용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정성호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따르면, 국내 기업이 지난해 말까지 케이만군도, 버뮤다,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 조세피난처에 세운 금융회사로 송금한 돈의 잔액은 2조원에 달한다. 이는 전체 국외 금융투자 잔액의 40%에 해당하는 규모다.

A씨는 “음성적으로는 신고된 규모보다 더 많은 자금이 역외펀드 형태로 운용되고 있을 것”이라며 “IMF외환위기 직후에는 주가가 크게 급등하면서 작전세력들이 조세 피난처에 역외펀드를 만들어 탈세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일례로 90년대 후반 서울에 위치한 B기업은 조세피난처인 말레이시아 리부안에 위장 역외펀드를 설립하고 국내 벤처기업이 발행한 해외전환사채(CB)를 헐값에 인수해 수개월 동안 300억원의 이익을 냈다는 설명이다.

A씨는 “당시 B기업의 대표가 역외펀드를 사실상 국내에서 운영하면서 리부안에 있는 것처럼 꾸며 국내에 납부할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등 175억원을 탈세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엔 지금처럼 여러 시스템이 투명하지 못했고 활황장 국면이었기 때문에 역외펀드를 검은돈 창구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빈번했다는 얘기다.

A씨는 “과거 C그룹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주가조작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적도 있었고, D그룹은 선박 등 수출대금 1000억원 규모를 국내가 아닌 조세피난처에 개설된 비밀계좌로 송금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합법적 절세로 국내외 VIP들 선호… 운용사들 역외펀드 강화 필연적

한편 과거 작전, 탈세 등 검은돈의 온상으로 꼽혔지만 국내외 VIP고객들의 니즈를 잡기 위한 역외펀드의 순기능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실제 최근 불거진 탈세 의혹에 대해 당당히 대처 중인 구글과 애플 CEO의 처신도 주목할 만하다는 것.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은 27일(현지시간) BBC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 출연, 탈세 논란에 대해 주주이익 보호를 위한 정당한 절세 노력을 피력했다.

A씨는 “앞서 언급한 역외펀드의 역기능은 어디까지나 일부 대기업과 작전 세력들 위주로 벌어진 일”이라며 “향후 해외 고객들을 잡기 위해 운용사들이 조세회피 지역에 역외펀드를 설립하고 마케팅하는 일은 빈번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펀드 시장이 업황 악화로 어려움에 처하면서 새 먹거리 일환으로 각 운용사들이 역외펀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운용업계 입장에서 역외펀드는 외국계 자산운용사가 해외 지사에서 직접 운용하는 펀드를 지칭한다. 투자 지역과 대상이 다양한 장점과 함께 환매할 때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탁월한다. 실제 해외 펀드는 매년 한 차례 지난 1년간 발생한 이익을 결산해 세금(이자소득세)을 원천징수한다. 그러나 역외펀드는 매년 결산하지 않고 환매할 때만 소득에 대해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A씨는 “조세회피 지역에 펀드를 설립하면 세금 이슈에서 한결 가벼운 강점이 있다”며 “국내외 VIP고객들도 절세한 세금을 수익으로 보전하려는 심리가 요즘 점차 강해지기 때문에 운용사들 입장에선 역외펀드가 향후 수익원 효자로 떠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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