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독립조사위원회가 시리아 내전에서 정부군 또는 반군에 의해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 근거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회는 4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고 볼 수 있는 합리적 근거(reasonable grounds)가 존재한다”면서 “사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리고 화학무기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조달해 사용했는가를 알아내려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결정적인 증거는 희생자들과 화학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에서 채취한 표본을 조사한 이후에나 나올 수 있다”면서 시리아 측에 유엔 전문가들의 입국을 허용할 것을 촉구했다.
유엔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1년 시리아 내전 반발 이후 시리아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했다. 이 위원회가 화학무기 사용을 시리아와 관련된 전쟁범죄 리스트에 추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시리아 정부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알레포 알 아살 마을에서 지난 3월19일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서 이 사건에 국한해 조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 총장은 그러나 2012년 12월의 홈스 사건 등 영국과 프랑스, 반군 측이 제기한 의혹을 포함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 총장은 스웨덴 화학무기 전문가 아케 셀스트롬에 유엔조사단장을 맡겼으나 시리아 정부는 조사단 입국을 거부했다.
보고서는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네 차례 사용했다”면서도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시리아 내전에서 고문과 성폭행, 처형 등 각종 전쟁범죄와 반인륜 범죄가 발생한 데 대해 정부군과 반군 진영을 모두 비난했으며 전쟁범죄와 반인륜적 범죄는 시리아에서 이미 일상이 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유럽국가들이 시리아 반군에 대해 무기지원을 고려하는 것에 대해 “무기지원은 폭력 가능성을 더욱 고조시키고 민간인 피해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틴 네시르키 유엔 대변인은 “반 총장이 보고서를 본 뒤 시리아에서 발생한 잔혹 행위에 대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프랑스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최근의 내전 과정에서 맹독성 사린가스를 사용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로랑 파비우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연구소가 사린가스가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 장소에서 채취한 혈액과 모발 테스트 결과 시리아 내전 과정에서 맹독성인 사린가스가 수 차례 사용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린가스 사용 주체에 대해 “아사드 정부와 정부에 협력하는 공모자들이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고 덧붙였다.
사린가스는 1995년 옴진리교의 일본 도쿄 지하철 독가스 살포 사건으로 널리 알려진 신경가스의 하나다. 이는 생명에 매우 치명적으로 수 분 내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