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채무조정 명과암]국민행복기금 사각지대… 대부업 연체자 여전히 '빚더미'

입력 2013-06-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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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대부업체 9735곳 중 2.4%만 협약 대상… 불법추심 고통받는 장기 연체자에겐 ‘그림의 떡’

“살아갈 희망이 생겼습니다.”, “매달 여전히 35%의 고금리 이자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 3월 29일 빚 상환에 허덕이는 연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국민행복기금을 본격 가동했다. 시행 두 달이 조금 넘은 현재 똑같이 빚에 허덕이던 서민들은 극과 극의 상황에 놓였다.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에 포함된 연체자들은 재기의 움직임을 시작한 반면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은 여전히 살인적인 고금리와 불법 추심에 시달리고 있다.

갖은 논란 속에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의 문제점이 하나 둘씩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지원 대상이 연대보증인과 외국인까지 확대되면서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뿐 아니라 성실 상환자들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오는 7월부터는 외환위기 당시 신용불량자(채무불이행자)로 전락한 연대보증인 채무자 11만명이 전격 구제된다. 오랜 기간 빚의 굴레에서 어려움을 겪어 온 연체자들에 대한 적극적 지원은 환영할 만하지만 정부의 빚 탕감 프로젝트의 그늘도 들여다볼 시점이다.

◇ 국민행복기금·신불자 구제…빚 탕감 프로젝트 활발 = 새 정부 들어 연체 채무자의 희망 찾아주기가 줄을 잇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국민행복기금에는 5월 말 기준 12만3889명이 신청했다. 지난 4월 22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던 가접수에 9만3968명이 몰렸고 5월 1일부터 시작된 본접수에는 3만여명이 행복기금을 찾았다.

당초 단순 다중채무자로 한정됐던 채무조정 대상은 연대보증자와 영주권을 가진 외국인·다문화가정의 국적 미취득 결혼이민자까지 확대됐다. 지원 조건은 동일하다. 1억원 이하 대출을 지난 2월 말 기준 6개월 이상 연체했다면 채무를 최대 70%까지 감면받고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더 많은 채무 감면을 받기 위해선 가접수 및 본접수(5~10월) 시기에 10%의 채무감면율 우대가 적용되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신청기간 중 신청자에 대해서는 40~50%(특수채무자는 70%), 신청기간 외에는 30~50%(특수채무자는 70%)의 감면율이 적용된다. 접수기간 이후에는 금융권이 연체채권 일괄매입을 시작한다.

외환위기 당시, 국가 환란기에 억울하게 연대보증의 덫에 빠진 채무자들은 다음달부터는 15년간 짊어졌던 빚을 내려놓을 수 있다.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부터 2001년 사이 도산한 중소기업에 대해 연대보증을 한 채무자 가운데 채무금액이 10억원(원금 기준) 이하인 연대보증 채무자 11만명을 전격 구제키로 했기 때문이다.

연대보증 채무자의 미상환 보증채무 13조2000억원에 대해 40~70%의 채무감면율을 적용, 최장 10년까지 분할 상환토록 한다. 채무조정과 함께 취업 성공 패키지 사업 등을 연계해 취업과 창업을 지원, 연대보증 채무자들의 재기에 초점을 맞췄다.

캠코가 채무조정 대상 연대보증인 중 채무조정을 신청한 채권을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매입한다. 단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개인회생·파산이 진행 중인 채권은 제외된다.

◇ 도덕적 해이 고개 드나…대부업 연체자 구제 시급 = 시행 전부터 꾸준히 제기된 ‘도적적 해이’ 문제는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이 시작되기 전부터 빚을 갚지 않는 사례가 곳곳에서 발생하더니 서민금융과 카드사 등 2금융권 연체율이 상승세다.

서민금융상품인 미소금융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5.8%에서 올해 1분기 6.8%로 올랐다. 같은 기간 신협은 6.38%에서 7.0%로 연체율이 급상승했고 농협과 새마을금고도 각각 3.29%에서 4.05%로, 3.31%에서 4.0%로 연체율이 상승했다.

카드사의 연체율도 증가 추세다. 신한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2012년 말 2.64%에서 2.85%로, 삼성카드는 1.68%에서 1.78%로, 현대카드는 0.85%에서 1.00%로, 하나SK카드는 2.95%에서 3.15%로 각각 연체율이 크게 올랐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 지원 대상을 연대보증자와 외국인까지 넓히고 향후 서민금융 연체자로까지 확대키로 하면서 일단 ‘빚을 갚지 말고 보자’는 식의 버티기가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버티기 채무자 증가와 더불어 오는 7월 외환위기 연대보증 채무자 구제가 시작됨에 따라 성실 상환자 및 지원대상 제외자와의 형평성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연체기간이 불과 1~2개월 모자라거나 연체 채무가 1억원 이상인 사람들, 또 하루하루 열심히 빚을 갚아온 이들은 상대적 박탈감이 들 수밖에 없다.

형평성 논란은 지원자 간에도 존재한다. 실제로 이자 부담이 가장 큰 곳은 대부업체 연체 채무자이지만 미등록 대부업체는 국민행복기금 협약 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고 등록 대부업체라 하더라도 국민행복기금 협약 가입 대상은 전체 등록 대부업체 중 단 2%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민행복기금 협약 가입 대상기관은 4121곳으로, 이 가운데 4083곳(99.1%)이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대부업을 떼어 놓고 보면 등록 대부업체의 경우 9735곳 중 단 235곳(2.4%)만이 국민행복기금 협약 가입 대상이다. 협약 가입 대상 235곳 중 158곳(84.8%)이 국민행복기금과 협약을 맺었다.

사실상 고금리와 불법추심으로 가장 극심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대부업 장기 연체자들에겐 국민행복기금은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말로 채무조정이 필요한 고금리 대부업 연체자 대다수가 국민행복기금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행복기금 가입대상 등록 대부업체를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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