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에 사는 최모(73·여) 씨는 돈이 없어 치아 치료를 미루다 노인 틀니에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말을 듣고 치과 의원을 찾았으나 이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최 씨는 “건강보험이 돼도 위아래 다하는데 90만원이 넘게 내라고 했다”면서 “그것도 금방 깨지는 플라스틱 틀니만 건강보험이 된다고 하는데 금속이 들어가 튼튼한 틀니는 가격이 비싸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만 75세 이상 노인들이 완전틀니를 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지만, 실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치과계에 따르면 시행 11개월째인 노인 완전틀니 건강보험 적용 수요가 저조해 정부가 예상한 건강보험 재정 추계의 2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75세 이상 노인 완전틀니 보험급여를 시행하면서 130~150만원이던 치과의원의 관행수가에서 30%가량 깎은 97만5000원(잇몸당)으로 수가를 책정했다. 이 비용의 50%만 본인이 부담토록 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건강보험 재정 소요 금액을 약 3288억원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수요를 훨씬 밑돌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 A 치과의사는 “우리 치과에서도 보험 적용된 틀니는 시술은 딱 한 건 있었다”면서 “주변에 물어봐도 아예 구경도 못했다는 의사들이 수두룩하다”고 말하며 정부의 수요가 완전히 빗나갔다고 지적했다.
이용률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는 50%라는 높은 본인부담률과 75세 이상으로 한정된 기준 때문이라는 것이 치과계의 중론이다. 위아래 틀니 한 쌍을 하려면 100만원 가까이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소득이 마땅치 않은 노인에게는 이것마저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 레진(열가소성수지)틀니에만 보험이 적용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레진틀니는 금속 구조물이 들어가지 않아 금방 깨지기 때문에 사후 관리에 큰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수명이 오래가는 금속구조물이 있는 틀니는 보험 적용이 안 돼 ‘울며 겨자 먹기’로 200~300만 원가량을 들여 틀니를 해야 하는 형편이다.
서울의 B 치과의사는 “환자한테 설명할 때 보험이 되는 것은 잘 부러지는 플라스틱 틀니라고 말하면 돈을 조금 더 내고라도 튼튼한 것을 하고 싶어한다”면서 “치과의사가 일부러 돈이 안 되니 질이 떨어지는 틀니를 해주는 게 아닌데 봉사하고 왜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부분틀니에 대해서도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역시 의원급 기준으로 121만원(잇몸당)이며 본인부담률이 50%로 환자들은 60만8000원 가량을 내야한다.
치과계 관계자들은 틀니 보험 적용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본인부담 부분을 낮추든지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노인연령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모두순 사무관은 “아직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됐고 건정심에서도 향후 상황을 봐서 진행하자고 얘기가 나왔다”면서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특정 계층에만 부담을 줄이면 나머지 가입자 세대의 부담이 커지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