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⑧설앤컴퍼니]뮤지컬 명가, 그들의 선택은 항상 옳았다

입력 2013-06-07 10:25 수정 2013-06-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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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유명작 라이선스 앞장… 내놓는 작품마다 히트 행진

서울의 한 뮤지컬 극장 안. 한 여성 관객이 속삭였다.

“배우들의 에너지가 정말 엄청난 것 같아요.”

그녀의 남편이 대답했다. “역시 보러 오길 잘했어.”

지난 4월 26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수퍼스타)’가 막을 올렸다.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중간휴식) 중 한 중년 부부의 이야기다. 지저스가 39번의 채찍질을 당하며 피를 흘리는 와중에도 빌라도가 우스꽝스럽게 39번을 세는 장면은 관객을 엄숙하고도 웃긴 오묘한 감정으로 몰아넣는다. 20대 초반의 한 여성 관객은 공연이 끝난 후 “너무 웃겨 자지러질 뻔했어”라고 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처럼 ‘수퍼스타’는 관객을 뮤지컬 속에 흠뻑 빠져들게 했다. 이 모든 것을 만들어낸 것이 바로 설앤컴퍼니다.

‘수퍼스타’ 이외에도 설앤컴퍼니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과 ‘캣츠’다. 두 작품은 그야말로 뮤지컬의 대명사다. ‘오페라의 유령’은 2001년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해 24만명의 관객을 매혹시켰다. 2005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인터내셔널 투어에서는 유료관객점유율 95%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또 2009 샤롯데씨어터에서는 단일 공연에서만 33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407회(프리뷰 포함)라는 엄청난 공연 횟수의 결과다. 2012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는 25주년 기념 월드투어를 통해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2001년, 2005년, 2009년, 2012년 실관객수 기준) 명실공히 ‘뮤지컬은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공식을 입증한 사례다.

뮤지컬 ‘캣츠’ 또한 세계적 명작임과 동시에 설앤컴퍼니의 대표 라이선스작이다. 2003년 예술의전당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2004년까지 빅탑씨어터(천막극장) 전국 6개 도시를 투어한 작품이다. 이어 2007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는 4주간의 공연 내내 전석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2008년 설앤컴퍼니는 국내 첫 한국어 공연을 시도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20년 먼저 현지 언어로 공연됐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 설앤컴퍼니 제작진은 더 섹시하게, 오리지널 영국 런던의 공연을 최대한 살려냈다.

‘캣츠’는 수많은 마니아층을 보유한 작품으로도 유명하다. 한 관객이 100여 장의 ‘캣츠’ 티켓을 제작진에 가져와 좋은 작품을 공연해 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한 일화는 공연계에도 유명하다. 현재 그 관객은 설앤컴퍼니의 새로운 작품이 나올 때마다 초대권을 받고 있다.

설앤컴퍼니는 세계 4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레미제라블’, ‘미스사이공’ 중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작품을 국내 공연계로 들여왔다. 설앤컴퍼니의 뮤지컬 시장에서의 입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설앤컴퍼니가 들여온 작품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조건 보러 오는 관객이 있는 것도 그 명성을 잘 말해준다. 이러한 명성은 4대 뮤지컬에 ‘수퍼스타’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광팬을 만들어냈다.

설앤컴퍼니는 과거의 명성에 안주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을 발굴한다. 2003년 10월 브로드웨이 초연작 ‘위키드’를 2012년 5월 한국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설앤컴퍼니를 중심으로 대만·중국 등과 합작 투자해 3개국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위키드’는 뮤지컬 시장의 관객층을 넓히는 효과도 가져왔다. 전문가들은 20~30대 여성에게 집중된 관객층이 8세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남성에게도 큰 호응을 얻은 작품으로 평가했다.

이처럼 뮤지컬계를 한층 도약시킨 설앤컴퍼니는 2002년 7월 설립된 이래 ‘오페라의 유령’, ‘캣츠’, ‘위키드’, ‘미녀와 야수’, ‘브로드웨이 42번가’ 등 뮤지컬계를 대표할 만한 12개 작품을 내놓았다. 대형 작품들을 정예 멤버 12명이 이뤘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뮤지컬계 터줏대감 설앤컴퍼니는 지난 5월 11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무대에 올려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갔다.

[연예산업 파워를 찾아서 ⑧설앤컴퍼니]설도윤 대표, 대한민국 대표 춤꾼서‘뮤지컬의 대부’로 변신

영남대 77학번인 한 청년은 1981년 현대극장 뮤지컬 전문상업극단에 들어갔다. 청년은 어릴 때부터 무대가 좋아 합창반, 연극반 등에서 활동했다. 극단에서 처음 접한 춤은 그를 매료시킨다.

춤을 배운 지 5년이 흘렀다. 그리고 안무가가 됐다.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오로지 춤에만 열중했다. 남들 10년 걸린다는 길이었다. 그렇게 대한민국 대표 춤꾼이 탄생했다. 춤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설도윤 설앤컴퍼니 대표의 이야기다.

지난 5월 7일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의 기자간담회, 5월 8일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 기자간담회에도 어김없이 얼굴을 드러낸 그였다.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이라는 직책과 설앤컴퍼니 대표직을 겸하는 설 대표는 그날도 여전히 바빴다.

더 뮤지컬 어워즈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자리한 설도윤 대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요즘 행사에서 얼굴을 자주 보는데 힘들지 않냐고 말을 건네자 설 대표는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넓다.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일이다. 지난해 ‘위키드’와 ‘오페라의 유령’을 했고 올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을 연이어 진행했다.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다. 체감되는 에너지 소모량이 훨씬 크다. 체력적으로도 힘들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힘들고 지칠 때 어디서 힘을 얻느냐고 다시 묻자 설 대표는 “‘오페라의 유령’의 주인공 브래드 리틀에 대해 한국 관계자들이 나이가 많다고 우려했다. 내가 (책임지고) 캐스팅했다. 그가 모든 염려를 다 깼다. 128회 내내 전 공연을 훌륭히 마쳤다. 마지막 날 하얏트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글썽이며 자기를 한국 무대에 올려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 모습이 매우 감동적이었다”며 이내 생기를 찾았다. 이처럼 신뢰가 그의 뮤지컬 철학이다.

프로듀서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에 대해 설 대표는 “개막 첫날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박수 치는 모습을 볼 때 그간의 고생이 한순간 사라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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