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얼마나 전화 ·컴퓨터망 정보를 몰래 수집했는지를 추정할 수 있는 ‘세계 열기 지도(Global Heat Map)’를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첩보 데이터 분석 도구인 ‘국경없는 정보원(Boundless Informant, BI)’에 관한 내부 기밀문서를 단독 입수해 공개했다.
이란을 비롯해 파키스탄, 미국의 중동 동맹국인 요르단 등 3곳은 미국 정보 당국이 가장 집중적으로 첩보를 캔 곳으로 드러났다.
한국과 북한은 가장 감시 강도가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지도는 지난 3월 한 달 기준으로 작성됐다. NSA가 외국에서 전화·컴퓨터망 첩보를 캐내는 정도를 온도처럼 색깔로 표기했다. 첩보 수집량이 가장 많은 곳을 빨간색으로 표시했고 짙은 초록색은 가장 적다는 뜻이다.
감시가 많은 곳은 이란과 파키스탄, 요르단 등 3곳이었다.
BI 관련 내부 문서에 따르면 NSA는 3월 이란에서 140억여건의 전화와 전산 첩보를 캐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파키스탄에서는 135건, 요르단에서는 127억여건의 정보를 수집했다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이집트는 76억여건, 인도는 63억여건으로 첩보 수집량이 빨간색 다음으로 많은 ‘오렌지색’ 국가였다.
중국과 이라크는 미국의 감시 수위가 비교적 높은 노란색 등급이었다.
미국에서 3월 NSA가 수집한 정보는 28억9000여건에 달했다.
NSA는 최근 자국민의 전화통화 기록과 인터넷 사용 정보를 대거 수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무리하게 감시망을 운영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NSA 등 미국 정부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미국민의 사생활이나 자유권을 침해할 정도의 정보 수집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국과 북한은 일본 호주 스웨덴 등과 함께 가장 감시 수준이 낮았다.
북한이 그러나 감시 수위가 최저라고 해서 미국 정보 당국이 북한 핵문제 등 현안에 관심이 적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지난달 미국 당국이 유독 북한에 대해서는 기초적인 첩보 수집도 쩔쩔맨다면서 사이버 첩보전 등 첨단기술 조차 쓸모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디언은 NSA가 3월 한 달 동안 전 세계 컴퓨터망에서 약 970억 건의 첩보를 수집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미국 측 문서를 인용해 NSA가 전산망에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특정 사용자의 IP 주소까지 분석하고 있었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IP주소는 인터넷망을 쓰는 컴퓨터에 부여되는 번호로 사용자의 거주 국가와 도시 등을 대략 추정할 수 있는 정보다.
이번 가디언의 보도로 NSA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NSA는 지금까지 의회 등에서 시민 당사자의 신원이나 위치를 알 수 없는 수준으로 통신정보를 수집했다고 주장해 자칫 거짓 해명 논란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NSA는 이번 보도와 관련해 “앞서 밝혔듯이 우리는 특정인의 위치나 신원을 확인할 능력이 없다”면서도 “이번에도 사실 관계는 같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