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대기업집단이 적극 참여에 나서고 있는 ‘일감 나누기’에 재계 1위인 삼성도 동참을 선언했다.
12일 관련업계와 삼성 등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7월부터 계열 금융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광고 발주 시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몰아주지 않는 대신 경쟁 프리젠테이션(PT)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은 삼성생명과 화재에 이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광고 물량 대부분을 경쟁 입찰을 통해 외부 광고회사에 맡길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금융 계열사를 시작으로 제조분야 계열사들도 순차적으로 광고에 경쟁 PT를 도입할 것”이라며 “종전에도 경쟁 PT를 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기본으로 채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초 현대차·LG·SK 등 주요 그룹들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자제하기로 합의하면서 내부거래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내부거래위원회를 주요 계열사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또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등 4개 업종에 대해 비계열사들이 경쟁입찰로 수주할 기회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새 정부 출범 이후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주요 대기업을 중심으로 계열사에 맡겼던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광고와 물류분야의 일감 나누기 움직임은 지난 4월 현대차그룹이 첫 테이프를 끊었다. 현대차는 광고·물류 분야에서 연간 6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중소기업에 제공하기로 했다. 계열 광고사인 이노션이 도맡아온 광고를 경쟁입찰을 통해 공정하게 나누겠다는 의지다.
현대차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스포티지R’, 기아차 브랜드 광고 등을 계열사인 이노션월드와이드 대신 경쟁입찰을 통해 발주할 계획이다.
SK그룹은 2008년 계열 광고회사인 SK플래닛을 설립한 이후 계열사들의 광고를 도맡아오던 관행을 깼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5년 만에 외부 광고회사가 제작한 TV 광고를 내보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이 계열사인 SK C&C와의 SI 거래 규모를 각각 1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이 밖에 LG그룹도 지난달 SI·광고·건설 분야에서 연간 4000억원 규모의 일감을 중소기업에 개방하기로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달 삼성 계열사인 제일기획에 대한 공정위 현장조사가 실시된 이후 예상했던 결과”라며 “가장 규모가 큰 기업집단이 일감 나누기에 나선만큼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