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영화를 만들고자 한 작품이 있다. ‘설국열차’다. 이 영화는 전 세계에 배급될 예정이다.”
최근 4000만 달러(약 452억원)라는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 ‘설국열차’에 대한 투자배급사 CJ E&M 영화사업부문 임명균 부장의 설명이다.
CJ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도 “8월 개봉하는 ‘설국열차’는 글로벌 시장이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제작사, 감독, 주연배우 등 주요 요소의 태생이 한국이기에 국내 흥행을 따로 떼어놓고 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올여름 극장가는 ‘설국열차’를 필두로 한국형 블록버스터(제작비 100억원대 영화)가 국내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오는 7월 17일 개봉을 앞둔 김용화 감독의 ‘미스터고’는 200억원을 투자한 작품이다.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가 50억~60억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제작비다. 지난 5월 29일 쇼케이스에서 김용화 감독은 3D 디지털 캐릭터 ‘링링’을 소개한 후 “‘미스터 고’는 할리우드에 필적할 만한 최고의 기술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흥행에 대해 자신했다.
김성수 감독의 ‘감기(8월 15일 개봉)’는 국내 영화로는 흔치 않은 소재인 질병재난을 다뤘다. ‘감기’의 제작비 100억원은 이제 한국영화계에서는 일상적으로 넘는 액수지만 10년 전만 해도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 제작비였다.
지난 2002년 장선우 감독의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제작비로 110억원을 투자해 당시 사상 초유의 대작에 올랐다. 이른바 한국형 블록버스터란 표현을 만들며 충무로를 흥분시켰다. 영화계의 높은 관심에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손익분기점(BEP) 400만 관객에 턱없이 부족한 14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껏 달아오른 영화계가 의기소침해지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심지어 비판적 관계자의 블록버스터 회의론까지 나오게 했다.
‘고지전(100억원)’, ‘7광구(100억원)’, ‘퀵(80억원)’ 등 100억원 내외의 제작비를 투입한 세 작품은 모두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하는 블록버스터란 오명을 남겼다.
흥행이 저조했던 한국형 블록버스터 회의론에도 불구하고 희망론을 뒷받침하는 영화도 다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은 200억원을 투자해 668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2004)’는 190억원을 들여 1174만명을 기록, “블록버스터 모범 답안”이라는 평을 얻었다.
2009년 개봉한 ‘해운대(160억원)’는 역대 최대 규모의 CG를 앞세워 1145만 관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해운대’를 봤다는 재난 영화의 거장 롤랜드 에머리히는 “시각효과를 성공적으로 연출한 작품”이라며 “문화가 다른데도 한국영화의 가족애, 유머가 통했고 (기술적으로) 시각효과 등이 할리우드 작품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매우 놀랍다”고 높이 평했다.
엄청난 제작비가 투입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가 속속 제작되고 있는 상황에, 이 같은 붐이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볼거리와 함께 내러티브, 영화적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