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말 불쑥 美에 회담 제안… 숨은 의도는?

입력 2013-06-17 08:48 수정 2013-06-1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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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 대변인 명의 ‘중대담화’ 이례적…‘비핵화 유훈’ 밝힌 것도 처음

북한이 남북당국회담이 무산된지 5일만에 불쑥 북·미 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지난 6일 현충일에 남북회담을 제안한 것처럼 또 휴일을 이용한 일방적인 대화 제의였다. 이례적으로 국방위원회 중대 담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며 전방위적인 대화공세에 나선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북한 국방위 대변인은 16일 담화에서 “긴장국면을 해소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이룩하기 위해 조(북)·미 당국 사이에 고위급회담을 가질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 △핵 없는 세계건설 문제 등을 의제로 제시했다. 특히‘한반도 비핵화’를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제1국방위원장의 유훈으로 명시했다. 회담 시기와 장소에 대해선 지난번 남북대화 제의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이 편리한 대로 정하면 될 것”이라며 일임했다.

북한이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 대변인 중대담화 형식을 빌어 북미 대화를 제의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의지가 담겼음을 분명히 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 또 김정은 체제에서 처음으로, 그것도 유훈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함으로써 대화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이번 북한의 대미 대화 제의는 지난달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특사 자격으로 방중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관련국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남측과의 대화를 무산시키고 미국을 상대로 직접 고위급 회담을 제의했다는 점에서 북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 민현주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한민국에 제의한 회담이 단지 당시 상황을 면피하고자 하는 목적에 불과했으며 실제 대화를 향한 진정성이 결코 없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중 정상회담을 약 열흘, 이달 18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일 3국 6자회담 수석대표들의 대북정책 협의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한·미·중 3각 대북공조 압박을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한 국면전환용 노림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또 북한을 국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중국을 달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임성준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와 관련, “그동안 비핵화 협상 불가 방침을 천명해 왔던 북한이 비핵화를 선언하며 북미 대화를 제안한 것은 북한 특유의 국면돌파 전술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임 수석은 또 “오는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와 관련해 공통의 입장 발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에 선제대응하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을 것”이라고 봤다.

청와대는 북한의 북미 회담 제의에 “미국 정부가 알아서 대응하지 않겠느냐”며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다만 정부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남한을 제쳐둔 채 미국과만 대화하려는 것) 전략을 다시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의 반응 역시 싸늘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케이틀린 헤이든 대변인은 16일(현지시간)“비핵화를 위한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화제의를 거부하는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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