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직원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 검찰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검찰의 기소유예는 과거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에 대한 대응과 딴판이기 때문에 비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 대한 국가정보원의 조직적 개입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기소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다. 대선개입을 지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난해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축소·은폐를 지시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국정원 대선개입을 폭로한 국정원 전직 직원 김모씨와 현직 직원 정모씨, 지난달 서울경찰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컴퓨터를 훼손한 박모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증거분석팀장 5명이 전부다.
국정원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김모 심리전단 직원 등 국정원 직원 3명과 외부 조력자 이모씨 등 6명은 전원 기소유예됐다. 검찰은 이들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범행했다는 점과 상명하복 관계인 조직 특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중간 수사 결과 축소·왜곡에 관여한 경찰관들도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정부 조직이나 검찰 조직이나, 구성원 각자가 법률적인 판단을 해서 업무 수행을 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지시를 책임지는 한 사람(김 전 서울청장)에게 책임을 모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정권의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에 대한 검찰 대응과는 딴판이다. 이에 대해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자신의 트위터(@jjnsoo)를 통해 “상명하복… 내가 정상을 참작해 달라고 했을 땐 씨알도 안먹히던 거였는데… 국정원 사건에는 검찰이 나서서 발표하고 범죄직원 전원을 기소유예하는 이런 하해와도 같은 친절함… 이것은 도대체 왜, 어디서, 또 누구로부터 비롯된 것인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또 “검찰은 무엇을 위해 국정원 범죄 직원들을 모두 기소하지 않아야만 했는가? 그렇게 하여 검찰이 무엇을 얻는다는 말인가? 혹시 무얼 감추려고 그런 것은 아닌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서인가? 반드시 이유가 있을텐데… 참 궁금하다!”고 적었다.
장 전 주무관은 국무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인멸에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폭로하는 과정에서 옷을 벗었다. 그는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과 진경락 전 국무총리실 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하드디스크에서 관련 내용을 삭제해, 증거인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2월 ‘양심의 소리’는 그를 제1회 ‘올해의 호루라기’ 수상자로 선정하며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증거 조작·인멸을 청와대가 주도했음을 폭로해 권력남용에 대한 사회적 반향과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켜 전면 재수사를 이끌어냄으로써, 국민의 알권리 신장에 기여하고, 권력이 국민을 속이는 범죄행위가 결코 은폐될 수 없음을 경고한 공로가 높이 평가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장 전 주무관은 검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14일에는 “검찰은 나에 대한 공소를 취소해주기 바란다. 국정원 범죄 직원들에 대해 상명하복 관계를 이유로 불기소한 것과 동일한 수준을 적용해 달라. 나 역시 vip(대통령)에 절대 충성하는 조직에서 명백히 상명하복의 관계에 있었고, 지시를 받아 행한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일갈했다.
또 “같은 직원이지만 범죄의 실행자들은 기소되지 않고 그 범죄를 제보한 직원들은 기소되는 황당한 일… 검찰은 조직의 상명하복이라는 것이 나라의 법률보다도 위에 있다고 본 것인가? 도대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