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싸이, 체조요정 손연재, 국민투수 류현진, 명품수비 추신수.
투자자들은 스타를 좋아한다. 종목에 스타 이름만 붙으면 너도나도 사겠다고 줄을 선다. ‘스타=주가대박’ 기대감 때문이다.
상장사들도 마찬가지다. 주가를 빛내 줄 스타를 찾아 헤맨다. 실적에 기여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엔터주는 물론 바이오, 제조업들까지 스타를 끌어들인다. 인기 TV프로그램에서 스타가 마신 물, 그가 입은 옷, 그가 탄 차는 모두 그의 이름을 붙여 수혜주가 될 정도다.
문제는 스타 테마주에는 상당한 거품이 껴 있다는 점이다. 스타와 기업간의 상관관계를 따지지 않기 때문에 별들의 비보가 전해지면 곧바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진다. 실제 싸이의 빌보드 순위 하락에 YG엔터와 디아이는 휘청였고, 연예계 ‘미다스의 손’ 변두섭 회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에 예당과 테라리소스는 연일 하한가 폭탄을 맞았다.
심지어 ‘연결고리가 없다’는 회사측 항변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들의 부화뇌동 매매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말춤과 체조, 그리고 야구
최근 증시 핫 아이콘은 류현진과 추신수다. 특히 류 선수(LA다저스), 추 선수(신시내티 레즈)와의 맞대결이나 일본 야구 영웅으로 통하는 스즈키 이치로(뉴욕 양키스)와의 경기가 벌어지면 관련 종목의 주가는 요동친다.
실제 메이저리그(MLB) 관련주인 SK브로드밴드는 올 들어 6% 상승했다.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인터넷 티브이(TV)인 Btv는 모바일 IPTV 가운데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중계권을 사들여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트래픽의 사용자 분배 솔루션을 개발 중인 엔텔스는 올 들어 130% 가까이 치솟았고 ‘MLB’를 비롯해 9개 의류브랜드를 보유한 F&F도 20%나 올랐다. 류 선수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LG유플러스 역시 롱텀에볼루션(LTE) 모멘텀과 함께 60% 넘게 급등했다.
체조요정 손연재의 증시 활약상도 대단하다. 손 선수의 소속사인 IB월드와이드는 2010년 4월 김연아 모멘텀을 잃고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손 선수가 페사로 및 FIG 월드컵에서 잇따라 메달을 획득했다는 소식에 올 들어 IB월드와이드 주가는 17%나 올랐다.
연예인 테마주의 선봉은 단연 싸이다. 그의 아버지가 대표로 있는 디아이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7월 말 1000원 중반에서 거래되던 디아이는 ‘강남스타일’ 유투브 조회수 급증 소식에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더니 빌보드차트 진입에 잭팟이 터지면서 10월 1만3000원까지 치솟았다. 불과 두달여 만에 670%나 급등한 것이다.
‘강남스타일’인기가 한풀 꺾이면서 주가도 3000원대까지 꺼졌지만 신곡 ‘젠틀맨’이 나오면서 주가는 또다시 요동치며 4개월 만에 1만4000원까지 올랐다. 최근에는 차익실현 매물에 5000원까지 밀려난 상황이다.
◇상장사 의도적인 스타 끌어안기 ‘주의’
그러나 상장사들은 주가 변동성을 각오하고라도 스타를 끌어들인다. 그들의 ‘이름값’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황마담의 엔터기술이 대표적이다. 전자부품 회사인 엔터기술은 황마담으로 잘 알려진 개그맨 오승훈씨를 ‘바지사장’으로 올렸다. 그의 유명세를 타고 엔터기술은 투자자들 입에 오르내렸고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는 들썩였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결국 그들의 작전은 검찰에 적발됐다. 이영호 대표와 인수합병(M&A) 전문가 박모씨는 구속됐고 개그맨 오승훈씨 역시 불구속 입건됐다. 결국 엔터기술은 지난 3월 상장폐지됐다.
기업과의 상관관계를 따지지 않고 뛰어드는 투자자들도 문제다. 오로라는 YG엔터테인먼트와 소속 연예인 상품화 권리에 대한 라이선싱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싸이 테마주로 엮였다. 이에 오로라는 4월 11일부터 17일까지 5거래일 연속 상한가 랠리를 이어갔다. 닷새 만에 99%나 뛰어오른 것이다. 그러나 싸이에 대한 판권은 국내분만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는 곧바로 하한가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스타 테마주에 투자할 때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스타가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적 대비 주가 부풀리기가 빈번한 만큼 웬만하면 곁눈도 주지 말라는 조언도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상장사들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연예인을 끌어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아무리 탄탄한 실적을 갖춘 회사라도 스타 이름이 뜨기만 하면 곧바로 거품이 끼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스타 테마주는 접근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