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논란]내부인사 발탁, 현안해결 낙제 vs 내실 성장 일궈

입력 2013-06-19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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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보다 실 많은 ‘관(官)의 지배’… 조직원 뭉치게 하는 ‘OO맨’

금융권에 관치금융 논란이 재점화됐다. 10여년간의 금융지주 역사를 되돌아보면 금융지주 수장에 금융권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 정부의 뜻을 받은 인사가 외부에서 갑자기 투입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상 금융지주 수장 자리는 내부승진 및 외부수혈 등의 내·외부나 민간·관료 출신의 문제보다 3년의 임기 동안 그룹의 통합과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얼마나 잘 내느냐에 있다.

그간 정부는 정부와의 원활한 의사소통 등 효과적 대외활동을 통해 보다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논리로 금융회사의 인사에 개입해 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지금까지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관치금융은 인사전횡, 독단적 의사결정, 노조 및 사외이사와의 불협화음 등의 상흔을 남겼다.

◇ 관치인사, 현안 해결 낙제점 =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관치금융의 성적은 예상보다 초라한 게 사실이다. 4대 ‘금융 천황’ 가운데 지난해 처음으로 회장직을 내려놓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지난 4월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사의를 표한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같은 달 연임 포기의사를 밝힌 어윤대 KB금융 회장 등 지난 정부의 ‘낙하산 인사’로 불렸던 이들은 이미 물러났거나 곧 자리를 내놓는다.

정부의 전적인 지원을 받고 금융지주 회장에 자리한 이들은 취임 초 신속한 의사결정과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금융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주역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들 중 누구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

지난 2008년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회장 내정자에 이어 두 번째 KB금융 회장에 오른 어 회장은 외부인사로서 절반의 성공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권의 외풍을 막았다는 긍정적 평가와 대형 인수합병(M&A)의 잇따른 실패로 은행 중심의 포트폴리오 개선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어 회장은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정치권으로부터의 어떤 청탁도 받지 않았다”며 “외국인 주주가 60%를 넘는 KB금융의 독립성을 지켜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락(樂)스타존’, ‘히든스타 500’ 등 젊은층과 중소기업에 특화된 신선한 영업전략을 도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KB금융의 궁극적 선결과제인 비은행부문 강화는 끝내 이루지 못했다. 여기에는 사외이사와의 불편한 관계가 한몫했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사외이사의 반대로 결국 무산됐고, 이에 어 회장의 측근인 박동창 부사장이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회사인 ISS에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 일부 사외이사 선임을 막으려 했다는 혐의를 받기도 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세 차례에 걸친 우리금융 조기 민영화에 실패했다. 그는 말단 행원에서 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첫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로 2011년에는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내부인사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유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됐다.

이 전 회장은 측근을 자회사 사장이나 임원으로 앉히는 인사전횡 및 방만경영에 따른 실적악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대표적인 인사전횡으로는 이승주 우리프라이빗에퀴티(PE) 사장이 꼽힌다. 이 사장은 이 회장이 우리증권(현 우리투자증권) 사장을 지낼 때 리서치센터 팀장을 맡았다.

이 밖에도 이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우리금융 임원이 우리투자증권 부사장을 겸직하도록 금융위원회가 승인했고 임원 선임 계획이 없던 자회사 우리자산운용에 우리증권 출신 부사장을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전 회장의 재임기간 동안 부적절한 성과보상체계 운용 등 방만경영으로 실적도 눈에 띄게 악화됐다. 대손비용은 연평균 2조원을 넘었고 지난해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6000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가정 적다.

이런 탓에 우리금융의 생산성과 수익성은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총자산이익률(ROA)은 0.22%로 금융지주사 평균(0.66%)을 밑돌았고 1인당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역시 평균(1억3000만원)에 못 미쳤다.

◇ 내부인사, 내실 성장 일궈내 = 반면 조직 사정에 정통한 내부출신 인사들이 수장이 된 금융지주의 경우 관치금융으로 몸살을 앓는 경쟁사 대비 훨씬 양호한 내실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표적 내부출신 인사인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2011년 취임해 ‘신한사태’로 어수선해진 신한금융의 조직 갈등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봉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탕평인사 원칙을 바탕으로 라응찬·신상훈 전 신한금융 회장 및 사장계 인사를 기용하는 한편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등 연임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이후 신한은행 부행장과 신한생명 부회장을 지내는 등 30년간 신한에 몸담은 신한맨이다. 한 회장은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점을 바탕으로 조직안정과 은행권 1위 실적 유지 등 내실 성장을 일궈냈다.

한동우 체제가 출범한 2011년 신한금융은 사상 최대인 3조1000억원의 당기순익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는 경영환경 악화로 순익이 20% 이상 감소한 2조3000억원, 올해 1분기에는 전년 동기보다 40% 이상 급감한 4813억원의 순익을 기록했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 2012년 3월 취임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1조700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두며 하나금융을 명실상부 4대 금융지주에 안착시켰다.

김 회장은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이후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하나은행장을 거친 대표적 ‘하나맨’이자 전문 금융인이다.

사실 김 회장 취임 초기에는 7년여 동안 하나금융 회장 자리를 지켜온 김승유 전 회장의 색깔을 지우고 김 회장만의 경영방식과 리더십을 구현할 수 있을지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성공적 결합을 이뤄내며 일단 하나금융의 첫 번째 변곡점을 무사히 넘겼다. 지난 3월에는 외환은행 인수 후 남아 있던 잔여 지분 40%를 인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간 시너지 효과 극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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