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주말엔 도서관에 가자- 김동건 동부그룹 홍보실 팀장

입력 2013-06-20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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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년 회사원에게 주말이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다. 그만큼 꿀맛 같은 휴식이다.

우연한 계기로 올해 초부터 나의 주말은 완전히 변했다. 계기는 일본어다. 독학 2개월 후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집 근처 일본어학원 주말반에도 등록했다. 그때부터 넉 달째 꼬박꼬박 수업에 참가한다.

학창시절 일본어 해보겠다고 나섰다가 허무하게 책 접은 적이 한두번 이 아니다. 느닷없이 다시 일본어의 매력에 빠지게 된 이유는 알 길이 없다. 무언가 몰두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집에서는 쉽게 집중할 수가 없다. 학원수업은 예습, 복습 않고서 진도를 따라 갈 수 없을 정도였다. 고민 끝에 큰 맘(?)을 먹었다. 일요일 새벽 인근 도서관을 찾아 꼬박 예습과 복습을 했다. 대학 졸업 이후 도서관은 처음이다. 따져보니 17년 만이다.

빈 열람실 좌석에 앉았다. 책을 펴고 30분쯤 지났을까. 어떤 여학생이 곁으로 다가온다. 그러더니 싸늘하고 냉소적인 말투로 날 밀어낸다.

“이 자리, 예약하셨나요?”

“저… 학생. 도서관 자리도 예약해야 하나?”

학생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요즘 도서관은 입장할 때부터 번호표를 뽑아 자리를 배정받는 단다. 나갈 때는 자리도 반납해야 한다. 전혀 몰랐다. 우리 때는 무조건 일찍 가서 자리를 잡는 게 임자였는데….

오기가 생긴다. 좀 더 일찍 나가, 앉고 싶은 자리를 차지해볼 욕심이 생긴다. 그 다음주는 7시에 일어났다. 느긋하게 아침밥을 챙겨먹고 도서관에 도착했다. 그런데 때 마침 중고등학교 시험기간이란다. 대기표를 받은 뒤 3시간 만에 빈 자리에 앉았다. 힘들다. 그때부터 오기가 더 동한다. 그날 다음 주부터 매주 일요일, 도서관에 가기 위해 아침 6시에 기를 쓰고 일어난다.

모두가 기억하겠지만 도서관 라이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구내식당 백반이다. 열심히 공부한 후 먹는 3000원짜리 밥은 정말 맛있다. 여느 고급 일식집보다 더 좋아 보일 때도 있다.

나른한 오후가 되면 문헌정보실에 앉아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는 여유도 부린다. 그러다 집에 오면 학창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마지막 버스를 기다리던, 바로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마저 든다.

‘이번 주도 참 잘 보냈구나…’

비록 학교 입학이나 자격증을 위한 공부는 아니다. 그래도 몇 달째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행동이 습관이 됐다. 그리고 결국 몸에도 익었다. 일본어를 정복하는 그날까지 일요일 도서관 가는 일을 멈추지 않으려 한다. 꿀맛 같은 일본어 정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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