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57년 생겨난 미스코리아는 미인대회가 여성의 성 상품화와 미의 획일화·계량화 등을 이끈다는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후 미인대회는 지상파 퇴출운동 등의 반대 여론에 부딪히며 수난을 겪었다. 한때 격렬했던 논쟁은 현재 잠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981년 경향신문에는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의 미인대회 반대운동이 보도됐다.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은 “미인대회는 여성을 인간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상품으로 다루는 비인간적 행사”라며 미인대회에 대한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이처럼 미인대회 반대를 주도했던 한국여성유권자연맹이 지난 14일 “미인대회 찬반에 대한 답변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미인대회 반대 여론이 사그라졌음을 보여준다.
지상파 중계 중단을 이끌었던 한국여성단체연합도 “지상파 방송에서 미인대회가 퇴출 당한 이후에 별도로 관련된 현안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중단 시위에 참여했던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수 소장은 “미스코리아 등 미인대회가 지상파에 방송되지 않는 것으로 소기의 목적은 이뤘다고 본다”며 “미인대회가 여전히 ‘이것이 예쁜 얼굴이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고 미인대회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여성단체의 비판에도 미스코리아가 여성의 미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서경대 문화예술학과 이복희씨는 박사학위논문 ‘미스 코리아가 여성 미의식에 미친 영향’에서 “미스코리아는 일반 여성의 미적 인식에는 크게 영향을 준 바 없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인대회를 대표하는 미스코리아를 주최한 미스코리아 조직위원회는 말을 아끼고 있다. 미스코리아 조직위는 미인대회 반대에 대한 의사 표명 요청에 “미스코리아 조직위원회에서는 공식적인 인터뷰 답변을 해드릴 수 없다”고 했다.
전북 남원시의 미스춘향선발대회를 주관하는 춘향제위원회 조계형 집행위원장은 “대회에서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춘향의 미덕과 자태”라며 “내면의 아름다움을 더 높이 평가한다”고 선발기준을 설명했다. 춘향선발대회에서 후보들에게 하는 질문 중‘한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면 무엇을 찍겠느냐’는 질문은 춘향선발대회가 미와 덕을 모두 요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2011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선발된 이성혜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알림마당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평소 미인대회가 외모적인 부분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을 거란 생각에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는 않았다”며 “한국의 미가 단순히 외모적으로 ‘이런 점이 아름답다’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