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디어 소비의 중심 디바이스가 된 스마트폰에 비해 게임기의 라이프 사이클은 비교적 길었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TV를 중심으로 한 홈 엔터테인먼트 디바이스의 특성 중 하나이기도 하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매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7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고 거기서부터 역산해 제품 전략을 설계해야 하는 게임 하드웨어 비즈니스는 가장 치열한 시장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엑스박스 원은 세계적인 게임박람회 E3에서 게임 기능을 넘어 ‘홈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능과 콘셉트’라는 점을 내세웠다. 엑스박스 원의 스펙은 모두 알다시피 음성인식과 동작인식이 강화됐고 TV 기능까지 추가됐다. 게임을 하면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엑스박스 원을 통해 MS의 미디어 전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미디어 소비의 중심 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이다.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지 불과 6년여가 지났지만 플랫폼 간 경쟁은 이미 승부가 결정된 상태다.
2012년 시점에서 iOS와 안드로이드의 양 OS가 전세계 점유율의 82%를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윈도폰과 파이어폭스, 우분투, 타이젠 등 제3의 세력도 나오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는 5년 후인 2017년 시점에서도 iOS와 안드로이드의 지배가 계속돼 점유율은 90%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홈 엔터테인먼트는 아직 디팩트 스탠더드가 되는 디바이스와 플랫폼이 없다.
각 메이커의 스마트 TV, 셋톱박스(STB), 블루레이 플레이어, 게임기 등이 각각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것을 지향하는 만큼 메이커간에도 사양이 난립하고 있다. 이 상태로는 간편한 미디어 소비 체험은 실현되지 않는다.
MS는 이 같은 과제를 정면 돌파해 홈 엔터테인먼트의 패권을 쥐려는 야망을 품고 있다.
인터넷 접속 디바이스 수의 경우 2012년 기준, 미국에서 인터넷에 접속되는 TV 수는 1640만대, 스탠드어론형 STB는 1200만대, 유료 TV형 STB는 870만대, 블루레이 플레이어는 1550만대다. 이 가운데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게임기는 4110만대로 추산된다. 생활 속에서 가장 많은 ‘커넥티드 디바이스’가 게임기인 셈이다. 이 중 엑스박스는 2312만대로 56%를 차지하고 있다.
엑스박스 라이브의 ID 수는 4600만명에 달한다. 미국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 가입자 수가 2200만명, 최대 위성기업인 디레크 TV가 2000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커넥티드 디바이스가 압도적인 셈이다.
영국에서는 PC 스마트폰 태블릿PC 게임기 커넥티드 TV 유료TV STB 중 VOD 시청 횟수가 가장 많은 디바이스는 PC로 조사됐다. 유료 TV STB가 뒤를 이어 그 이하인 디바이스의 6배를 기록했지만 대당 연간 시청시간으로 계산하면 1위는 유료 TV STB(32시간), 2위는 태블릿PC(17시간), 3위는 게임기(13시간) 순으로 게임기가 본연의 게임기능 이외의 ‘영상 콘텐츠의 시청 디바이스’로서 기능하고 있음을 입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