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신제윤 금융위원장 100일 성적표- 김덕헌 금융부장

입력 2013-06-26 11:21 수정 2013-06-26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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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이 됐다. 새 정부 초대 금융감독 당국 수장에 오른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취임 100일을 앞두고 있다.

새누리당 정강정책인 경제민주화의 기치(旗幟) 아래 창조금융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신 위원장 취임에 대해 금융권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취임 100일을 앞둔 신 위원장의 성적표는 아쉽지만 ‘C(미흡)’ 평점밖에 줄 수 없다.

신 위원장은 취임과 함께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금융감독체계 개편,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조정, 우리금융 민영화 등 4대 금융 현안을 신속히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지금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되는 것이 없다. 대신 금융권에 ‘관치’와 ‘모피아’에 대한 원성만 자자하다.

신 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을 호령하던 ‘4대 천왕’ 중 강만수, 어윤대, 이팔성 회장의 정리 작업이었다.

신 위원장은 MB맨의 퇴진 압박 메시지로 금융지주 회장들의 제왕적 권력을 문제 삼았다. 당시 신 위원장은 “금융회사 지배구조가 취약하면 경영이 방만해지고 금융시스템의 위기 대응력이 약해진다”라며“이제는 정말 통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주 회장들이 계열사 CEO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경영에도 간섭하고 있어 계열사의 독립경영이 어렵다”라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편 명분을 내세웠다.

그러나 2개월여 동안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내놓은 결과물은 그 동안 논의되던 내용은 사라지고 실효성 없는 대책만 남았다.

제왕적 회장의 권한을 제한하겠다던 애초 개편 취지의 대책은 찾아볼 수 없고 사외이사에게 회장과 임원 추천권을 부여해 사외이사 권력화 우려만 낳았다.

특히 이번 개편 방안은 금융회사에 권고하기 위한 모범규준으로 따르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점에서 실망감이 크다.

금융감독체계 개편 방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체계 선진화TF는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감원 내에 그대로 둘 것을 제안했다. 대신 금융소비자보호처의 인사와 예산편성 권한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금융소비자보호처장의 임명을 대통령이 하도록 했다.

금감원 반발에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는 안 하겠지만 대신 통제권을 갖겠다는 금융위의 속내다. 급기야 박근혜 대통령이 금융소비자보호처 독립기구화 지시로 재검토에 들어갔다.

또 금융감독체계 선진화TF는 은행의 제재심의 권한을 금융위가 금감원장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하되, 금감원의 제재 결정을 금융위원장에게 보고하거나 금융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이것 역시 금융위가 금융감독 권한을 모두 갖겠다는 것으로 금감원은 단순 ‘금융검사원’으로 전락하게 됐다.

신 위원장은 정책금융기관 역할 재조정 역시 한걸음도 못 나가고 있다. 사실 정책금융기관 기능 재편은 신 위원장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다. 취임 초 밝혔듯이 금융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중복된 정책금융의 재편 작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금융기관 재편 문제는 걸림돌이 많아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 대선공약인 선박금융공사 설립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수출보조금 피제소 가능성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 부터 보조금 시비가 빚어질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금융위는 애초 7월 말에 발표하기로 했던 정책금융기관 재편TF 결과 발표를 8월 말로 미루기도 했다.

신 위원장이 취임 초 직(職)을 걸고 추진하겠다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그나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팔성 전 회장을 퇴진시키고 내부출신 이순우 회장을 선임해 민영화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는 국내 최대 금융그룹을 매각한다는 점에서 신중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신 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3대 원칙을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신속한 민영화와 함께 금융산업 발전이라고 밝혔듯이 금융시장 발전을 고려한 민영화가 이뤄져야 한다.

신 위원장은 지난 3개월여 동안 고군분투했음에도 C(미흡) 평점이 매겨지는 가장 큰 이유는 모피아(Mofiaㆍ옛 재무부 관료)의 관치인사다.

KB금융, 농협금융, 여신금융협회, 국제금융센터 등에 전직 관료들이 자리를 차지한 데 이어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에 고령의 이용만ㆍ이용근씨를 내정하면서 비난을 받고 있다.

신 위원장은 취임 초 금융지주 회장 교체기준으로 국정철학과 금융전문성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선임에 침묵했고, KB금융 회장 선임에 "관료도 능력과 전문성만 있으면 회장을 할 수 있다"며 임영록 회장 내정자를 우회 지원했다.

신 위원장은 지난 3월 취임 일성으로 ‘튼튼한 금융, 창조금융, 미래먹거리산업, 따뜻한금융’의 4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또 금융위 간부들에게 "이해 관계자들의 눈치보지 말고 소신을 갖고 정책을 만들라" 고 주문했다.

신 위원장은 자신의 소신 발언처럼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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