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불암, 어떻게 국민배우가 됐나? [배국남의 스타성공학]

입력 2013-06-28 10:09 수정 2013-06-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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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국민배우’… “전국민 사랑 평생 연기로 보답”

“최근 소설 ‘겨울잠 봄꿈’을 읽었어. 가슴이 너무 아리더군. 전봉준의 삶이 절절해서. 만약 드라마가 되면 정말 그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고 싶어. 작가가 전봉준은 5척 단신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의 말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천상 연기자다.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연기에 대한 열정이, 배역에 대한 탐구가, 관객과 시청자에 대한 사랑이 뜨겁기만 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중문화사를 관통할 때 왜 그의 이름을 피해가기 힘든지를 그를 단 한번이라도 만나보면 금세 알 수 있다.

‘국민배우’라는 수식어조차 그의 연기의 폭과 연기자적 존재의미를 담지 못하는 우리 시대의 명배우 최불암(73)이다. 50년 가까이 연극 무대와 TV 화면 그리고 영화 스크린을 오가며 연기자로 살아온 최불암을 24일 서울 여의도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국민배우라기보다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어머 TV 화면그대로네요”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의 말처럼 그는 일상과 연기를 구분 못할 만큼 연기가 진정성 그 자체다.

“‘해피엔드’라는 드라마에서 아들의 죽음을 처연하게 바라봐야하는 어부 아버지역을 했어. 너무 아픈 아버지였지. 한국인의 아버지를 담은 드라마가 좋지. 우리 마음의 중심을 잡아주는 그런 드라마가 많았으면 좋겠어.”

막장 드라마가 범람하고 아버지의 자리가 사라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언급에서 하루에도 수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는 상황에서 최불암이 50여년 가까이 빛을 발하는 거성(巨星)으로 자리 잡게 한 연기자로서의 성공의 원동력을 엿볼 수 있다.

‘아버지’라는 배역과 젊었을 때부터 해왔던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노역의 표출력은 최불암을 우리시대의 최고의 위대한 배우로 자리 잡게 했다.

중앙고 2학년 때 연극을 시작해 1958년 서라벌예술대학에 연출 전공으로 입학한 그는 연기전공 학생들이 맡기를 꺼리는 노인 역을 자주 맡다 주위에서 그의 연기를 보고 연기를 하라는 말에 1960년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진학, 연출, 연기를 공부했다.

최불암은 “원래 연출을 하려고 했는데 연극 한 편을 준비하다 노역을 맡을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했는데 당시 연출자가 연출보다는 연기가 맞는 것 같다며 연기를 권했다. 당시만 해도 나처럼 눈이 작고 평범한 얼굴은 배우의 얼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 최무룡 선생님이나 신성일 선배같이 잘생겨야 배우를 하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그 누구도 맡기를 꺼려하는 노역을 그는 기꺼이 하는 그런 연기자의 출발을 보였다. 국립극단에서 연기생활을 하던 중 KBS 연기자로 데뷔한 1967년 ‘수양대군’에서도 그는 김종서 역으로 노역이었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젊은 날 그는 노역을 주로 했다. 빛나는 역은 아니지만 정말 필요한 배역이라면 기꺼이 그는 노역으로 분장해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았고 그것이 바로 오늘의 최불암을 있게 했다. 노역을 통해 인간의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라는 다양한 문양의 감정을 드러내며 광대한 연기의 폭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는 아버지와 노역 캐릭터의 소화력과 함께 두 개의 드라마는 최불암을 전 국민의 배우로 그리고 우리 시대 위대한 배우로 각인시켰다. 대중성과 작품성, 의미와 재미를 담보한 드라마의 성공이 있어야만이 TV 연기자는 성공할 수 있다. 최불암은 수많은 작품의 성공이 있었지만 ‘전원일기’(1980~2002년)와 ‘수사반장’(1971~1989년)은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연기자 최불암만의 아우라를 구축하고 난공불락의 성공의 철옹성을 쌓을 수 있었다.

30대이던 최불암은 40대 수사반장인 박 반장역을 맡아 세간의 화제를 뿌리며 스타덤에 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박 반장역을 맡은 최불암이 진짜 수사반장인 줄 알고 사건해결을 부탁하러 방송사를 찾았다는 에피소드는 얼마나 ‘수사반장’이 높은 인기를 얻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원일기’는 우리가 지켜야 할 한국적 정서가 오롯이 녹아 있고 사랑과 희생의 아버지상을 드러낸 드라마 이상의 드라마였다. ‘전원일기’는 최불암을 우리 정서에 부합하는 아버지의 이상형으로 우뚝 서게 만들기도 했다.

최불암은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지. 두 작품은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거야. 두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따스함과 편안함을 주었지. 수많은 사람이 지금도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를 말하는 것을 들을 때에는 가슴이 뭉클하다”고 했다.

요즘 최불암은 KBS 교양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고 있다. 시골 할머니부터 젊은이들에게 이르기까지 최불암을 보면 너무나 편하게 다가가 손을 잡는다. 연기자로서 성공의 가장 큰 성과이자 보람이다. 전 국민이 사랑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연기자는 흔치 않다.

“눈물 나게 고맙지. 평생 연기로 보답을 해야지. 촬영 때문에 어르신들이 반가워 다가오는데 NG 날까 봐 마음을 다 표현 못할 때가 많아. 그것이 많이 속상해.”

최불암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 사회에서 점점 어른의 역할과 아버지의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아. 그래서인지 사회가 점점 혼탁하고 각박해져가. 어른과 아버지가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데 말이야. 수많은 사람에게 아름답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드라마에서 제자리를 찾은 아버지를 보여줬으면 해.”

앞으로 연기자로서의 행보나 계획도 마찬가지다. 그는 늘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상이나 아버지상을 드라마에서 그려 나가고 싶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런 최불암이기에 그의 존재로 인해 대중문화의 지평은 확대되고 우리시대 아버지의 진정한 의미를 내재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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