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9일 대한민국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산시성(陝西省) 시안(西安)을 찾은 데에는 여러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일단 3천년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고도(古都) 시안을 방문한 것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을 표하고 중국과 우의를 다지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안은 주나라 시기부터 진(秦), 당(唐) 등 중국 역대 13개 왕조가 도읍으로 삼았던 곳으로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유서깊은 장소다. 진시황릉, 병마용, 양귀비 목욕탕 화칭츠(華淸池), 측천무후 건릉 등 문화유적지도 즐비한 곳이다.
박 대통령이 시안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중국 문화에 대한 존중으로 해석돼 중국인들에게 더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박 대통령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에서 새로운 '모멘텀'을 시안에서 찾으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향후 새로운 한중관계 20년을 맞아 경제협력의 '격'(格)을 지금까지보다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중국이 수출 위주에서 내수 위주로 경제 전략의 전환을 꾀하는 현 상황이 한국 기업들에 절호의 기회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중국 정부가 상대적으로 낙후한 내륙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진행 중인 '서부대개발' 등의 사업에 수년 전부터 깊은 관심을 가져온 결과이기도 하다.
실제 박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쓴 자서전에서 "1970년대 중동 진출로 큰 기회를 만들었다면 21세기에는 중국의 서부대개발이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고 썼다.
이런 점이 시안을 선택하게 했다는 것이다. 시안이 중국의 서부대개발의 거점 도시 가운데 하나로 최근 들어 이곳이 한중 경제교류 협력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인 셈이다.
시안에는 삼성전자가 70억달러(약8조원)라는 엄청난 금액을 투자해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160여개의 협력사가 동반 진출해 있다.
LG상사, 심텍, SK텔레콤 KMW, 다산네트웍스 등 한국 기업들도 다수 진출해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한중 비즈니스포럼 연설에서 "중국 정부도 연안지역의 성공적 발전을 내륙으로 확산하기 위해 서부대개발ㆍ중부굴기ㆍ동북진흥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라며 "내일 시안을 방문해 중국의 내륙개발에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볼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이 같은 의중을 가장 잘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시안을 '전진 기지'로 삼아 중국 내륙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시안 방문을 통해 만들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와 함께 시안이 한중정상회담 상대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고향'이라는 점도 제2 방문도시로 결정된 배경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1953년 베이징에서 태어났지만 문화대혁명 시기에 숙청돼 좌천된 아버지 시중쉰(習仲勛) 전 국무원 부총리를 따라 하방, 산시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에서 7년간 생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예상을 뛰어넘은 환대를 보여준 시 주석을 배려하고 시 주석과 개인적인 신뢰와 우의를 다지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