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즌이 공공 조달 부문의 성수기가 된 지는 이미 오래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다음해 예산삭감을 피하기 위해 남은 예산을 몰아서 쓰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아직 쓸만한 책상과 컴퓨터를 불필요하게 교체하기도 하고 멀쩡한 보도블럭을 교체하는 낭비가 흔히 발견된다.
정부가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연말 예산 몰아쓰기’ 관행을 없애기 위한 방안을 내 놨다. 분기별로 세우던 재정집행 관리계획을 월별 계획으로 전환하고 예산이 연말까지 남는 없도록 집행실적 점검을 대폭 강화한다.
정부는 1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7차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6월 국무회의에서 ‘예산 몰아쓰기 관행’의 재발 방지를 주문한 만큼 이번 회의의 초점도 그에 맞춰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이월금액과 불용금액은 연간 11조1000억원 수준으로 매년 평균 4.9%의 예산이 경기보완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다만 지난 2011년과 2012년에는 이·불용 최소화 대책을 추진해 4.0%~4.6%으로 그 폭이 줄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월별 집행계획을 수립, 추진해 매년 발생하는 이월예산과 불용예산을 2011~2012년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또 이를 통해 매년 예산이 몰리기 일쑤인 12월의 예산 집행률을 하반기 평균인 6.9% 아래로 줄인다는 목표를 잡았다.
재정집행점검은 매달 1회로 대폭 강화한다. 재정집행이 우수한 부처에는 예산상 인센티브를, 재정집행 부진 부처에는 그에 상응하는 벌칙을 부과하게 된다. 기관 뿐 아니라 사업별로 집행실적이 우수한 담당자에게는 기관장 포상도 수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하반기 월별 집행계획과 실집행계획, 이월·불용 전망 등을 작성해 기재부에 제출해야 한다. 기재부는 올 연말 세종시로 이전하는 부처는 가급적 12월 이전에 주요 사업에 대한 지출을 마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재정 60%의 상반기 조기집행을 추진해 5월말 현재 목표를 상회하는 138조2000억원을 집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조세연구원은 이 같은 조기집행으로 2조5500억원의 총수요 유발효과가 발생해 연간 0.38%의 경제성장효과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태성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재정의 경기보완 역할 강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으로 확대된 재정여력은 3분기에 집중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며 “특히 과거 하반기 재정집행실적을 철저히 분석해 재정집행의 연말 집중현상을 해소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