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38국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EU 본부에 이어 한국 등 38국의 미국 주재 대사관을 상대로 정보를 수집했다는 의혹에 쌓여있다.
전직 중앙정보국(CIA) 요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폭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을 포함해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스 인도 멕시코 터키 등 미국 우방국이 정보대상 수집 국가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와 독일 정부는 즉각 미국에 도청 의혹을 해명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에 대해 “EU는 미국의 스파이 행위가 중단될 때까지 어떤 협상에도 응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파트너와 우방국에 대한 이같은 행동은 받아들여질 수 없으며 이를 즉각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로랑 파비우스 외무부 장관에게 존 케리 미 국무부 장관과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고 FT는 설명했다.
니콜 브리크 프랑스 통상장관은 “도청 의혹은 EU와 미국 관계 개선에 지장을 줄 것”이라면서 “양측의 신뢰가 무너지면 무역 협상이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미국의 도청 의혹에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 스티븐 세이버트는 “우방국을 도청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독일 연방검찰은 자국 전화와 인터넷을 감시하고 EU 사무실을 도청한 혐의와 관련해 미국 정보기관이 독일 국내법을 위반했다면 기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이와 관련 신중한 입장이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자국의 도청 행위를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탄자니아에서 “행정부는 우방국에 대한 도청 의혹과 관련해 정보를 제공할 것”라면서도 “모든 정부가 이같은 행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패트릭 벤트렐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 자리에서 미국의 정보수집 방법에 대해 더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겠다”면서 “다른 모든 나라들이 하는 것처럼 미국도 외국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