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월가의 탐욕’] 금융사 임원도 ‘슈퍼甲’…금감원도 억!

입력 2013-07-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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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돈잔치…경기침체 ‘무풍지대’

‘감독권 쥐고 특권층 행세’, ‘한국판 월가의 탐욕’….

은행권이 고액 연봉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급기야 ‘은행권 고위 임원들이 실적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고액 연봉을 받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던 금융감독원마저 슈퍼갑(甲) 행세에 오히려 역풍을 맞고 있다.

최근 금감원 직원들의 지난해 인건비 현황이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평균 임금은 9196만원이다. 평균 연봉이 높기로 소문난 금융권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임금 수준이다. 즉, 고액 연봉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는 금융 공기업과 대형 금융사의 보수 수준을 훨씬 넘어섰다는 평가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권에 보수체계에 문제가 있다며 으름장을 놨다. ‘그동안 수수방관하다 뒷북만 친다’는 비판을 벗어나기 위해 은행권의 과도한 연봉체계를 개편하겠다는 속내다. 그러나 ‘감독 분담금’ 명목으로 금융회사들로부터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구조에 고액 연봉은 그들만의 잔치 전유물로 여겨지고 있다.

◇금융권 고액연봉, 얼마나 되길래? =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금융지주 회장 연봉이 장기 성과급 등을 포함할 경우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침체, 생산성 저하 등으로 은행 순익은 감소하고 있는 데 반해 금융지주 회장은 최고 한 해 30억원, 하루 평균 8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보수에 대한 시선이 차갑다.

KB금융지주는 지난해 지주사 등기이사인 어윤대 회장과 임영록 사장,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에게 총 43억6700만원의 보수를 지급했다. 고정급여 15억6900만원과 단기 성과급 9억2400만원, 장기 성과급 18억7400만원을 합친 금액이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한동우 회장에게 고정 급여와 단기 성과급을 합쳐 14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여기에 13억2000만원에 달하는 장기 성과급을 합치면 총 연봉은 30억원에 육박했다.

하나금융은 김정태 회장, 최흥식 사장과 전직 경영진, 계열사 대표 등 임원 7명에게 지난해 38억원가량의 고정 급여와 장·단기 성과급을 지급했다. 전임 경영진은 지난해 3월 퇴임했고, 계열사 대표가 지주사에서 받는 급여는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김 회장과 최 사장에게 돌아갔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예금보험공사가 57%의 지분을 갖고 있는 우리금융은 이팔성 회장에게 기본급여 6억원과 성과급 3억원 등 총 9억원을 지급했다.

금융지주와 은행의 등기이사 평균 연봉도 상당한 수준이다. KB금융의 등기이사 평균 연봉은 2011년 3억1300만원에서 지난해 3억9200만원, 신한지주는 5억900만원에서 7억1400만원, 국민은행은 3억500만원에서 3억3700만원으로 각각 급증했다.

◇금융사 감독권 쥔 ‘슈퍼甲’의 고액연봉 = 공무원이 아니지만 감독·제재 권한을 갖고 사실상 공무원과 다름없는 권한을 행사하는 금감원 직원의 고액 연봉은 국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금감원은 전문 자격증을 가진 직원이 많기 때문에 임금이 낮은 창구 직원들이 많이 포함된 은행 등 일반 금융기관과 단순 비교를 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설득력에는 한계가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직원 구성비는 변호사(61명), 공인회계사(248명), 박사(47명) 등 전문인력이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50세 이상 직원은 358명(20.5%)이며, 직원 평균 연령은 41.8세다.

2012년 말 기준 금감원 1인당 평균 연봉은 9196만원으로 금융위원회 산하 9개 금융 공기업의 직원 평균 연봉 8700만원보다 500여만원이 많았다. 금감원 직원 연봉은 기본급이 평균 5076만원, 고정 수당 2707만원, 성과 상여금 683만원, 실적 수당 541만원, 급여성 복리 후생비가 186만원에 달했다.

금감원 직원 평균 연봉은 2007년 8784만원, 2008년 8811만원, 2009년 8836만원까지 치솟았다가 2010년 8591만원으로 떨어졌으나, 2011년 8903만원으로 다시 올랐다.

금감원이 금융사로부터 분담금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구조에 일각에서는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분류된 민간회사다. 직원 급여 등 운영비용을 금융회사의 분담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금융회사들로부터 검사수수료를 받고, 금융회사들이 유가증권을 발행하면 발행 분담금으로 충당한다. 이 두 가지가 금감원의 주 수익원으로, 이 돈은 결국 금융회사의 고객들로부터 나오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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